茅栗如拳手自煨 / 白沙 李恒福
雪後山扉晩不開 (설후산비만불개) 눈 내린 뒤 산골 집 사립은 늦도록 열리지 않고
溪橋日午少人來 (계교일오소인래) 시냇가 다리에는 한낮에도 오는 사람이 드물었네.
篝爐伏火騰騰煖 (구로복화등등난) 화로에 묻어둔 불이 아주 따뜻하여
茅栗如拳手自煨 (모율여권수자외) 주먹만 한 산밤을 불에 손수 굽는다네.
위 시는 영의정을 역임한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1556~1618)의
‘눈 내린 뒤’(雪後·설후)로, 그의 문집인 ‘백사집(白沙集)’에 수록돼 있다.
그는 광해군이 모후(母后)인 인목왕비를 폐위시키자, 반대했다가
함경도 북청에 귀양 가서 세상을 떴다.
위 시의 무대는 16세기 말 17세기 초이다.
지금처럼 전기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다.
시의 첫 행에서 보듯 눈이 내린 다음 날
산골 집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눈이 수북이 쌓여 바깥출입이 어렵다.
당연히 사립문이 저물도록 열리지 않는다.
3행에서 보듯 당시는 집마다 방에 화롯불이 있었다.
그는 화롯불에 산밤을 굽는다.
이항복이 집안 누구에게 밤 굽는 일을 시켰을 수도 있을 텐데
손수 했다는 대목에서 산골 밤의 무료함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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