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그네. 玩花衫

甘冥堂 2026. 7. 22. 12:42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가 만들어진 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박목월이 고향 경주로 조지훈을 초대하였다.
조지훈은 경주로 찾아가자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과 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경험했던 박목월의 인정과 경주의 풍물이 기억에 자꾸만 남았던지,
조지훈은 박목월에게 보내는 편지로 자신을 달래다가
완화삼을 지어 박목월에게 편지 삼아 보냈다.

완화삼 (玩花衫)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이 편지를 받고 박목월 역시 조지훈과 같이 자신과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문학적 동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던 듯
한동안 통곡하고는 답하는 시를 적어 부쳤으니, 바로 '나그네'이다.

박목월이 완화삼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이 바로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였다.
그래서 시제 밑에 그 구절을 집어넣고 시구 속에도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 하는 싯귀를 넣었다.



완화삼:
“꽃이 스치는 소맷자락을 즐기는 적삼”
  즉 꽃을 가까이 두고 즐기는 선비의 옷이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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