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제 빼갈 한잔 했네”
“응 무슨 바이지우 먹었는데”
“바이지우는 무슨 바이지우.. 빼갈 마셨다니까. 이과두주 몇병깠지”
“응 이과두주.. 이 친구야 빼갈이 바이지우랑 같은 말이야. 지금 중국에서는 거의 바이지우를 써”
가상의 대화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진 빼갈(白干) 등은 중국의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술인 바이지우(白酒)의 옛 이름이거나 특정한 지역에서 불렀던 바이지우의 이름이다. 좀 경계를 둔다면 빼갈(白干)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리는 얼궈토우(二鍋頭酒)처럼 도수가 약간 높고, 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술의 통칭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바이지우로 통칭된다. 물론 얼궈토우주도 우리 중국집에서 만나는 싼 술이 아닌 수만원짜리 고급술까지 있으니 하나의 잣대로 보면 안 된다.
저렴한 술로 유명한 얼궈토
바이지우의 다름 이름은 원료에서 따온 까오량지우(高粱酒)도 있다. 술 회사나 지역에 따라 배합의 비율 차이는 있지만 바이지우의 주 원료는 수수(高粱)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장이머우의 영화 ‘붉은 수수밭’을 떠올려 보라. 추알(공리 분)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유이찬아오(지앙원 분)가 수수대를 분질러 부드러운 침실로 만들던 씬, 수수를 쪄서 발효시킨 후 술을 빚어내던 모습을 보면 바이지우의 뿌리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몽골 등에서는 수수 대신에 양젖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바이지우를 만들기도 하지만 수수가 바이지우의 근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30위안만 넘으면 바이지우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 중국에는 어떤 바이지우가 있을까. 실제로 중국에는 한병에 수천만원짜리 바이지우에서 한병에 100원까지 바이지우까지 천차만별하게 있다. 수천만위안짜리는 과거의 술이 좋은 환경에서 보관되어 있다가 발견되어 경매에 나와서 만들어진 가격이고, 100원 이하짜리 술은 중국의 서민들이 가정에서 먹는 술의 일반적인 가격이기도 하다.
특수한 술 말고 일반적으로 괜찮은 술을 얼마일까. 우선 우리나라에 가장 알려진 명주는 우량예(五粮液 고향 四川 宜賓), 마오타이(茅台 고향 貴州 茅台)인데 최근에는 수이징팡(水井坊 고향 四川 成都)이 부각하고 있다. 보통 마트에서 살 경우에 4만원 대다. 이 술의 아래급으로 알려진 것이 지우구이(酒鬼 고향 湖南 吉首), 궈지아오(國窖 고향 重慶) 등으로 보통 3만원 대다. 그 아래는 당나라 궁정에서 즐겼다는 지엔난춘(劍南春 고향 四川 德陽), 샤오후투시엔(小糊涂仙 고향 貴州 仁懷), 조조와 화타의 고향에서 나온 구징공지우(古井貢酒 고향 安徽 亳州), 루저우라오지우(瀘州窖酒 고향 四川 瀘州) 등인데 보통 2만원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우량예
그 아래급으로 괜찮은 술은 찐류푸(金六福), 펀지우(汾酒 고향 山西 長治), 두캉(杜康 고향 河南 汝陽) 등이 있다. 사실 중국 바이지우의 종류를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 중국 술을 소개한 중국주업포탈(www.jw001.com)에 소개된 바이지우만 해도 3593가지로 하루에 한가지씩 먹어도 10년은 먹어야 소화할 수 있는데, 여기에 빠진 술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10년 후에는 종류가 배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주의할 것은 비슷한 이름으로 포장한 다른 등급의 술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샤오후투시엔(小糊涂仙)이다. 이 술은 포장도 비슷한데 5급으로 나누어져 샤오후투시엔(小糊涂仙), 샤오지우션(小酒仙), 샤오후투선(小糊涂神), 샤오푸선(小福仙), 샤오후투셩(小糊涂聖)이 있는데 앞에서부터 고가의 술이다. 이 술의 이름은 ‘聰明難 糊塗更難(총명하기가 어렵지만 어리석기는 더 어렵다)’이란 시에서 따왔다. 사실 중국사에서 자신의 총명함을 이기지 못해 화를 당한 많은 이들이 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신하 양수(楊修)는 조조가 말한 계륵(鷄肋)을 총명하게 해석하다가 화를 당했다. 조조가 나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닭갈비를 이야기하자 양수는 제 빨리 후퇴할 것을 말했다가 군령을 어지렵혔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것은 총명을 넘은 지혜가 때로는 바보(糊塗)처럼 구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샤오후투셴
이런 이름의 혼돈은 다른 술도 마찬가지다. 샤오후투시엔처럼 마오타이는 마오타이왕즈지우(茅台王子酒)를 비슷한 병에 팔고, 우량예에도 우량춘(五粮醇)이라는 유사한 술을 팔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그럼 중국 술을 어떻게, 어디서 고를 것인가. 우선 위에 소개한 술은 어느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명주들이다. 또한 필자가 모두 맛본 술로 향이나 품질에서 보증되는 술이니 가격대에 구입하면 큰 문제가 없다.
술의 이름을 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술은 모두 2~3종류의 알콜 도수로 구성되어 있다. 보편적인 술은 38도와 52도가 있는데, 경우에 따라 중간에 46도짜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술 가격도 도수가 높을수록 비싼데 52도가 100위안이라면 46도는 85위안, 38도는 70위안 정도 하는 게 보편적이다.
-바이지우를 어떻게 즐길 것인가
그럼 어디서 살 것인가. 중국술을 사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가짜 술을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백명이 사망할 정도로 술 사고가 많다. 하지만 여러분이 마시는 술은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우선 메칠알콜을 쓰는 치명적인 술은 100원, 200원하는 낮은 가격대의 술이다. 보통 4000원(런민삐 30위안)을 넘어가는 술은 가짜라 하더라도 메칠알콜을 쓰는 경우는 보고된 것이 거의 없다. 또 가짜 술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에서 사는 것이다. 까르푸, 월마트, 이마트 등 대형 마트는 술 코너가 있어서 이런 술을 판매한다. 여기서는 면세점에 비해 30~70% 정도의 가격으로 술을 판매한다. 보통 우량예 38도를 공항 면세점에서는 700~800위안 정도 받는데, 대형 마트에서는 절반가격인 350위안(50불) 정도에 살 수있다. 그러면서 가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마트가 가짜 술을 팔다가 걸렸을 때 일어나는 사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어디보다 충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는 중국에서 대부분의 술을 마셔봤다. 물론 위에 언급한 보편적인 술도 마시지만 지금에 가면 꼭 그 지방의 바이지우를 맛본다. 일단 그 지방의 술은 그 지방의 물로 빚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의 문화를 갖고 태어난다. 그 술을 마시면서 그 지방에 젖어들고, 또 그 술의 탄생 역사를 들으면 그들의 근본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나는 상대들도 객이 자신 고향의 술을 마시는 것에 많은 호감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넉다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악몽을 꼽으라면 산둥 옌타이(烟臺)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옌타이의 오래된 바이지우는 옌타이꾸냥(烟臺姑娘)이다. ‘옌타이 아가씨’라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술이다. 그런데 첫 인연에서 나는 이 술을 큰 글라스로 5잔 정도 원샷을 해야 했다. 한참이나 연배가 높고, 대접을 받는 처지에 거절할 수 없어서 나는 거푸 원샷을 했다. 물론 수년전이니 가능했던 객기다. 이후 화장실 신세를 져야했고, 다음날 고통스러운 아침을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술 자리 자세는 초청자들에게 즐거운 자리였고, 이후 나는 그 지인들과 계속해서 소식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됐다. 물론 옌타이꾸냥은 그다지 고급 바이지우는 아니기 때문에 드물게 숙취를 경험하는 술 가운데 하나니 만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를 잊지 마시길.
술을 맛본다고 아무 지역에서나 그 지방 술을 찾는 것은 낭패가 될 수 있다. 일단 그 지방의 전반을 살펴야 한다. 우선 물이 좋은 가를 확인해야 한다. 중국의 명주는 대부분 쓰촨이나 구이저우 등 물이 좋은 곳에서 나온다. 일단 좋은 물이 나올 환경이라면 일단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그밖에 물이 좋은 곳은 랴오닝, 지린, 헤이롱지앙을 비롯해 후베이, 광시와 푸젠, 윈난 등 산이 좋은 지역이다. 산둥이나 후난 등은 그나마 약간 나은 물을 갖고 있다. 거기에 다른 요소가 있다면 좋은 원료가 공급되는 지역인가를 봐야 한다. 좋은 수수는 산둥이나 허베이, 쓰촨, 윈난의 고산 등지에서 생산하는데 이 지역의 술을 원료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