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의 마지막 날
별로 반갑지도 않은 초가을 장대비를 맞으며
지리산 여행을 했지요.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묻혀버린 친구를 찾아 장수라는 고장에
가는 길에
거기까지 간 김에 아예 지리산도 한번 다녀오자 맘먹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를 몰았지요.
이맘때 내리는 비는 아뭇짝에도 쓸데없는 비라고 하지요.
곡식이며 과실이 따가운 햇살을 쬐며 그 맛을 간추려야 할 요즈음
왠 비가 그리도 많이 내린답니까?
내 친구와는 30대 초반에 만나 어언 30년을 교우한 그야말로 막역함 이상인 친구이지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아 20여년을 그 계통에서 일했고 중국 현지에가서 10년 가까이 공부하여
중의학 박사이기도 하지요.
얼마전 까지만해도 돌팔이라고 놀려대기도 했지만 나도 이제 침구 봉사활동을하는 입장에서
더 이상 놀리지는 않지요.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생활속에 깊숙이 녹아 있어 그와 대화 하는 자체가
내겐 한의학 공부가 된답니다.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이 있었겠읍니까?
그런 그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전라도 두메 산골인 장수땅으로 내려갔답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요. 말못할 사정도 있을게고.
친구가 말하지 않는것을 일부러 알려고 하지 마라.
친구사귀기 10계명쯤에 해당하는 어구이지요.
나도 물어 보지 않읍니다. 그가 툭툭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로 그냥 짐작만 할뿐.
하여간 그렇게 됐답니다.
우리 친구가 사는 집을 보여 드릴까요?
시골 빈집을 무상으로 빌려 그냥 그대로 살고 있답니다.
시장에서 주섬 주섬 사다가 한잔하고 있읍니다.
방 안에 책장도 보이고 선풍기도 있고 스탠드 등도 있네요.
비닐 봉지에 삼겹살도 보이지요?
심란함과, 괜한 미안함과 안스러움.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걸 내던지고 불쑥 떠나온 친구의 그 자유로움과
자신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는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며
친구와 술잔을 나누고 한방에서 밤을 지샜지요.
다음날 아침.
"잘 있어"
악수 한번 하고 돌아 서는데 어찌 그리도 마음이 허전한지...
그저 몸이나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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