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청명 한식에 나무를 심으며

甘冥堂 2009. 4. 5. 22:06

 

식목일. 청명. 한식. 이렇게 겹친 날도 있군요.

아들을  서둘러 채비를 하게 하곤, 사초하는 길을 재촉 했읍니다.

옛날 노인 들은 사초 졋수신다 이렇게 말씀 하시곤 했는데 난 지금도 그 정확한 뜻을 모릅니다.

증조 할아버지 할머지 산소.

낙엽이 수북이 쌓여 았군요. 낙엽을 대강 쓸어내고

빠알간 진흑을 열 대여섯번 질통에 져다 뿌렸지요.

 

 사실 조금 부끄럽지요.

 

좌청룡 우백호 좋은 묘 자리도 아니고 마을과 마주한 앞 산에 모시고 이렇게 일년에 두어번 와서

그저 마지 못 해 흉내만 내고 마는 후손들을 우리 조상님들께선 어찌 생각 하실까

두렵고 죄송스럴 뿐이지요.

동상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는 애들이  저희들 끼리 하겠다고 하여 그리 보냈읍니다.

 

나를 가장 아껴주셨던 할아버지.

그 산소도 결국은 아들들에게 맡겨버리고 말았읍니다.

 

나무 시장엘 갔읍니다.

소나무 한그루와 벽오동 두 그루를 사려고 고양시에서 개설한 나무시장엘 갔읍니다.

벽오동은 우리 손녀 둘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려 했는데, 그곳 나무시장 사람에 의하면 벽오동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군요.  오동나무 자체도 구하기 어려운데 벽오동이 왠 말이냐하면서

벽오동이 무슨 뜻인줄 알고나 찿느냐고 사뭇 무시하듯 물어 보더군요.

 

옛날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 딸아이가 시집 갈 나이가 되면 그 오동나무로 농을 짜서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곳 나무시장 아저씨는 오동나무는 장고를 만들때 쓰는 것이라 하더군요.

나는 모르겠읍니다.

 

" 벽오동 심은 뜻은~"

 

오동나무는  결국은 구하지 못하고 소나무- 그중에서도 적송 세그루를 사기로 했읍니다.

하나는 나의 도전을 뜻하자는 의미에서 挑戰木이라 이름하고,

두 그루는 우리 손주 태경이, 윤서의 건강을 위하는 뜻에서 심기로 하였읍니다.

 

소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듯이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자라는 나무가 아닙니다. 

그 형체가 꾸불꾸불하고 비록 볼품은 없지만

모진 세상 풍파를 견뎌내야만 그렇게 굳굳하게 자라나는 그런 나무 입니다.

오죽하면 애국가에도 "남산위에 저 소나무~" 라고 했겠읍니까?

 

정성스레 나무를 심고 오늘 한식 식목일을 보냈읍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일상사에 의미를 부여 한다는게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냥 하루가 지나면 지나는구나. 그런 정도의 무관심의 경지에 다다라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게

 아니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