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새해가 밝았읍니다.
그 누구는 새해가 기다려지고, 그 누구는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처량해 지고,
아니면 그누구는 세월이 가는지 오는지 모른체 그냥 지나치듯...
그렇게 새해를 맞이합니다.
그대는 어떤가요?
나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 했읍니다.
새로운 달력이 벽에 걸리는게 무슨 대수가 되겟읍니까?
또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오는것이..., 벌써 耳順 인것을
그렇게 보내고 그렇게 맞이 했는데 무슨 애틋한 무엇이 있겟읍니까?
새해에는 무얼 어떻게 해야지 하고 마음으로 맹세하고
그도 모자라 벽에다 써 붙이고.. 별별 짓을 다 해도
뭐가 이루어 졌나요?, 무엇이 변했나요?
질적으로 무언가 변했나요? 아니면 양적으로 무언가 넉넉해 졌나요?
무엇하나 변한 것은 없는 것입니다.
나는 숙명론을 믿지는 않지만,
동양의 오랜 의식속에는 항상 숙명론적이고 운명론적인 의식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것을 우리는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아, 그렇구나 하고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너무 많은 길을 걸어 온 후가 되었음을 또한 깨닫게 됩니다.
후회란 항상 늦은 것입니다.
아. 그때 그렇게 했어야 되는 것이었는데.
아, 어제 만난 그사람을 그렇게 소홀하게 대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항상 늦었던 것입니다.
그런 매 순간간 순간이 쌓이고 쌓여 운명이 되고 숙명이 되는것입니다.
운명은 뭐고 숙명은 뭐냐?
운명은 인간을 지배하는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힘, 타고난 운수나 수명을 말하고
숙명은 날때부터 타고난 운명입니다.
결국 같은 뜻이지요. 숙명이 좀더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느낌이 드는, 어쩔수 없는 그 무엇처럼 느껴지지요?
다 말장난 같은 겁니다,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바도 자기 나름이지요.
가진 것 많고 잘나고, 마누라 돈 많고, 그에 더하여 새끼들 똑똑하고, 그런 사람이 생각하는
운명은 더 할 나위 없이 좋다라고 생각들 하지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운명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불평등하고, 억울하고
그야말로 운명적으로 시원치가 않은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운명적이라는 말, 그것은 "비교" 라는 문제와 의미가 같아집니다.
인간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바로 남과의 비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읍니다.
비교.
서양에서야 절대 비교니 상대 비교니하지만
동양에서는 비교라는 말 대신에 음양을 갖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불이 있으면 물이 있고,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고.... 모든게 상대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인간사에도 잘되는게 있으면 안되는게 있고, 잘난 놈 있으면 못난 놈도 있고...
그러나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것은 아닙니다.
오묘한 것이 있읍니다.
길거리 풀 한포기 나무 하나, 그 무엇이던 그 태어난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할 때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리가 만무 한 것입니다.
언젠가 눈 온 겨울에 바위 등반하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려져 절대 절명의 순간에
작은 풀 한포기 있어 겨우 그것을 붇잡고 위태함을 벗어난 적이 있읍니다.
남들이 보듯 하찮은 풀 한포기, 이름 없는 잡초가 한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누가 그 풀 한포기를 하찮다하는가?
각자의 소명이 있다는 말입니다.
미물인 풀 한포기가 그럴진대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들은 무엇인가는 달라도 달라야 되는것 아닙니까?
이 순간 수 많은 후회들이 번개치듯 후려치고, 눈섭을 떨게 하곤 사라집니다.
어떻게 사는게 사람답게 사는걸까?
그런 아주 원초적인 상념들이 떠올랐다가는 털이 듬성듬성한 머릿결을 타고 흩어집니다.
가을 겨울은 保藏의 계절입니다.
개미가 겨울을 위해 곡식을 쌓고, 개구리가 겨울을 위해 가을에 몸을 살찌우듯
인생의 늦은 가을을 맞아 무언가는 쌓아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무얼 어떻게 보장하느냐?
깊은 생각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 , 조상을 생각하고 그 음덕을 기리는 마음,
그리고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
이쯤해서 순대국에 소주 한병 먹은 기운 다 날라가고
다시 현실이 되었읍니다.
순대국 대신 개고기를 먹을걸 그랬나?
덕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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