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구두를 고치며

甘冥堂 2009. 11. 6. 23:45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이 구두를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편하고 가볍고 하여,  정장으로 행사에 참여 할 때를 제외하곤 늘 신고 다닙니다.

여행 갈 때에도, 등산 다닐 때에도 심지어 밭에 나가 괭이질을 할 때에도

이 구두를 신고 하지요.

어떤때는 구두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왼갖 궂은 일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야장창 신고 다니니 구두인들 편할 날이 있겠어요?

게다가 약칠이나 제대로 하나요?

 

구두 뒷축이 헤어져 발 뒷굼치가 헐렁헐렁해졌읍니다.

이제 그만 신고 버려야 될 때가 되었나?

 

이리 저리 살펴 보니 조금은 더 신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동네 구두방 할아버지에게 보여주니

고쳐도 소용없다. 그리곤 가만이 생각하더니, 6천원만 내.

5천원에 해 주세요.  안 돼.  몇 번 흥정 끝에 6천원에, 가죽으로 뒤를 덧대기로 하였읍니다.

볼품은 없을거야. 구두방 할아버지가 다짐하듯 한마디 합니다.

 

 

가죽을 잘라 내어 아교 풀 붙이고,

간이 재봉틀을 어렵게 어렵게 돌려 겨우 수선을 끝냈읍니다.

신어 보니 발 뒷굼치가 헐렁한게 도무지 맘에 들지 않읍니다.

이거 뭐 매양 한가지네.

신기려 할아버지는 들은 척도 않고 다른 구두를 집어 들고 딲이를 합니다.

 

에이, 돈만 버렸군..자전거를 타고 오며 혼자 투덜대었읍니다.

 

작년 어느날인가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읍니다.

이젠 내 겉치례를 위해서는 투자를 하지 말자..

잘 차려 입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음식 먹으며....이런 지출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필요하면 전에 쓰던것 고쳐서 입던가, 아니면 허름한 것 하나 사서 걸치고 다니고.

헌 차면 어떠냐?  바퀴만 잘 굴러 가면 되지.

좋은 음식이 다 뭬냐?  한끼 시장기만 때우면 되지..

 

                                  13 년 된 애마 -- 아직 멀쩡하지요?

 

그런 쓸데없는데 쓸 돈으로 차라리 여행을 다닌다든지, 책을 사 공부를 한다던지,

아니면 미소하나마 봉사를 하는데 쓰자.

이런 갸륵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

아직 까지는 그런대로 이 생각을 고집하고 있읍니다.

나이들어 구질구질하다고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사람사는게 다 그런 것 만은 아니다 하고 고집을 부리곤 합니다.

 

오늘 구두를 고치며.

그러나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런 날이었읍니다.

고친 구두도 헐렁해서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