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머리를 기른 이유 말이요.
그가 담담하게 털어 놓는다.
수년전 텔레비젼에서 충청도 서산 지방의 어떤 사람이 부모 시묘하는것을 본 후에
편찮으신 홀 어머니를 위해 산 사람의 시묘를 3년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거야.
당시 그는 IMF로 중소 기업하던 것을 다 날리고 부인과 헤어져 자식 둘 데리고 실의에
젖어 살 때인데.
5형제를 불러 보아 놓고 합의를 하기를, K가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이 생활비를 대기로 하였다지.
그때부터 머리와 수염을 깍지 않고 기르기 시작했다는거야.
일체 문밖 출입도 아니하고.
지금은 木形인 그의 얼굴 모습에 잘 어울리게 말총 머리가 되어있다.
수염을 깨끗이 깍아 버리면 마주 멋진 사나이로 변해버린다.
당신은?
나는 사실 별 뚜렷한 이유가 없다.
생활이 무료해져 무언가는 변화를 한번 해보자.
이유라면 그게 이유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유다.
병아리 새끼가 장닭이 되려면 그 시작은 정말 우습지도 않듯,
얼마간의 시간과 기다림이 절대로 필요한 법이다.
이제 겨우 8개월 여. 아직도 뒷꽁지가 여며지지않아 풀어 산발한 모습이지만
금년이 다 갈때 쯤이면 멋진 장닭은 못되어도 얼추 메추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내가 보기에도 가관인데
주위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참 마트 할머니는 '그게 뭐유. 이 더운 때, 시원하게 짤라 버리지' 하며 직설적으로 못마땅해하신다.
우리 누님들 빼 놓고 제일 시원하게 말씀 해주신 할머니. 성격도 활발하시다.
귀국하면 깨끗이 다 잘라 버리겠다. 하니 말리는 분도 계시다. 장 선교사 사모님이다.
'보기 좋은데 아깝게 왜 잘라 버려요? 좀 더 기르세요.'
우리 총무 학우님은 전화로 '옛날 사진이 훨씬 더 보기 좋던데..'하며 간접적인 압력도 행사한다.
꽁지머리도 분명한 사유가 있는 K씨 정도는 되어야 당당하지.
아무 생각없이 자기 얼굴인 金水형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꽁지머리를 하려하니 딱하기도 하다.
짤라? 길러?.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불출 인생. (0) | 2010.11.16 |
---|---|
가을을 타는 남자. 그리고 이광수의 긴 아리랑 (0) | 2010.11.07 |
어지러이 걷지마라 (0) | 2010.09.24 |
戀書였다면.... (0) | 2010.09.23 |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0) | 2010.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