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멀리 떠난 친구가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였으니 거의 50년 지기다.
추억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만 그 좋아하는 술로서 생을 마감하였다.
한창 술 먹으러 다닐 때 우리는 그를 ‘春心’이라고 불렀다.
얼굴이 여자 같이 생겨서가 아니다.
눈섶이 짙고 눈 코 입이 부리부리한 게 꼭 소도둑놈 같이 생겼음에도
우리는 그에게 기생 같은 별명을 지어 주고 놀리곤 했다.
'얘야, 춘심아 술 한잔 올려라.‘
‘춘심아 노래 한자락 하거라.’
그 친구는 '녜, 녜' 하며 분위기를 맞추곤 했다.
선술집에서 술한잔 돌면 그는 생철 탁자를 탕탕 치며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한다. 맨날 부르는 게 해병대 군가, 아니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라는 노래다. 고향이 평양이라 그런지 그 노래를 좋아했다.
엄청 음치인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말년에는 하루에 소주를 5~6병씩이나 마셨다.
안주는 오로지 바나나 우유. 바나나 우유가 무슨 안주가 되는지.
그러니 술에 장사 있으랴.
나중에는 몸 요양하러 광천에 있는 청룡사라는 절에 가서 몇 달씩 머물곤
했다. 그러나 갔다 와선 얼마 안 되어 또 술을 퍼 마셨다.
그 청룡사라는 절 이름도 우리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다.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로 ‘청룡사 ’란 간판을 써서 마을 입구에 세워놓았다.
그리곤 자랑했다. 이거 내가 만든 간판이야.
청룡부대는 월남 파병 때 한국 해병대 부대명이다.
그 친구 가슴에 맺힌 한이 무엇인지 잠작은 가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의 스님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 친구들도 안타까워했다.
그러다가 결국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다.
오늘 문득 그의 생각이 나 회심곡 한 자락 불러 회고해 본다.
~ 人間七十古來希요 팔십장년 구십춘광 장차 백세를 산다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에 근심걱정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사는 인생
한번 아차 죽어지면 싹이 나느냐 움이 날까. 이내 일신망극하다.~
옛날 같았으면 지금쯤 인사동 방석집에, 春心이랑 친구들 불러 모아.....
....허, 그립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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