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운데 토막

甘冥堂 2010. 12. 13. 23:52

 老子 道德經에 樸(박)이란 글이 있다. 본래 있던 그대로의 통나무라는 뜻이다.

통나무는 갓난아기(赤子)와 같이 자연을 형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훌륭한 재목이 되기도 하고,

그냥 불쏘시개 장작이 되기도 한다.

 

예전엔 말없이 무뚝뚝하고 오사바사하지도 않고 무감각한 남자를 일러 나무토막 또는

토막이라고 별명을 짓곤 했다. 소위 아주 멋대가리 없는 사내다.

 

나의 별명이 토막이었다.

수다스런 우리 누나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지, 입 꾹 다물고 있으니 답답해마지 않았다.

가운데 토막은 그 토막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비교적 점잖다(?)고나 할까. 뭐 그런 뉘앙스도 좀 풍기고..

 

이왕이면 그 앞에 부처님을 넣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하려하니 분위기상 다소의 오해도

생기겠다.

부처님의 가운데 토막은 못된 자들이 외경스럽게도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크기나 모양에 변함이 없이 항상 그 상태 그 모양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모양이다.

만져보고 쓰다듬고 해 봐야, 그리고 아무리 불공을 드려 봐야 효험도 없다.

공양만 받아먹고, 도움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러나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 착하고 순한 사람을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엄청 실망스러운 해석이다.

그러나 어쩌랴. 내 이미 토막으로 굳어져 버린 것을..

 

어쨋거나 나는 老子의 말씀대로 통나무(樸) 토막이라고 해석해 버리기로 했다. 

내 맘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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