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安春雨初霽 / 陸游(1125-1210)
임안의 봄비가 막 개다
世味年來薄似紗, 세상맛은 근래 들어 비단처럼 얇아졌는데
誰令騎馬客京華∘ 누가 말을 타고 객지 서울로 오게 했나.
小樓一夜聽春雨, 작은 누각에서 밤새 봄비소리 들리던데
深巷明朝賣杏花∘ 깊숙한 골목 밝은 아침에는 살구꽃 파는 소리 들리겠네.
矮紙斜行閑作草, 종이쪽지에 한가로이 초서를 쓰기도 하고
晴窗細乳戱分茶∘ 밝은 창가에서 차를 우리며 따라 마시기도 하네.
素衣莫起風塵嘆, 벼슬 없는 몸으로 여행의 어려움 탄식하지 마시게
猶及淸明可到家∘ 청명이 되면 고향집에 돌아 갈 수도 있으리니.
臨安(임안): 남송의 수도. 지금의 항주.
世味(세미): 세상 맛. 돈 벌고 출세함을 가리킴. 京華(경화): 서울. 임안.
矮紙斜行(왜지사행): 종이쪽지에 줄을 맞추지 않고 되는대로 글씨를 쓰는 것.
細乳(세유): 차나 약초를 잘게 부수는 것. 또는 차가 우러나려고 거품이 이는 것.
分茶(분차) 차를 따라 마시다. 차를 맛보다.
素衣(소의) 흰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
風塵(풍진): 객고. 객지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
淸明(청명): 24절기 중 하나. 춘분 뒤 15일째 되는 날.
[감상]
첫머리 두 구는 名句로 알려져 있다. 육유는 이와 같은 칠언율시를 잘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시인이 친구 周必大의 초청으로 임안에 왔다가 嚴州(지금의 절강성 건덕) 令의 벼슬을 받고
고향을 거쳐서 임지로 가게 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때 지은 시다.
세상인심 박하기가 비단보다 더 얇은데, 헛된 욕망을 품고 서울로 왔으나 이룬 것 별로 없다.
친구의 초청으로 오긴 왔다마는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는데,
나그네 객고가 한가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