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詩 100

臨安春雨初霽 / 陸游

甘冥堂 2015. 11. 8. 04:05

臨安春雨初霽 / 陸游(1125-1210)

 

 

임안의 봄비가 막 개다

 

世味年來薄似紗세상맛은 근래 들어 비단처럼 얇아졌는데

誰令騎馬客京華누가 말을 타고 객지 서울로 오게 했나.

 

小樓一夜聽春雨작은 누각에서 밤새 봄비소리 들리던데

深巷明朝賣杏花깊숙한 골목 밝은 아침에는 살구꽃 파는 소리 들리겠네.

 

矮紙斜行閑作草종이쪽지에 한가로이 초서를 쓰기도 하고

晴窗細乳戱分茶밝은 창가에서 차를 우리며 따라 마시기도 하네.

 

素衣莫起風塵嘆벼슬 없는 몸으로 여행의 어려움 탄식하지 마시게

猶及淸明可到家청명이 되면 고향집에 돌아 갈 수도 있으리니.

 

 

 

臨安(임안): 남송의 수도. 지금의 항주.

世味(세미): 세상 맛. 돈 벌고 출세함을 가리킴.    京華(경화): 서울. 임안.

矮紙斜行(왜지사행): 종이쪽지에 줄을 맞추지 않고 되는대로 글씨를 쓰는 것.

細乳(세유): 차나 약초를 잘게 부수는 것. 또는 차가 우러나려고 거품이 이는 것.

分茶(분차) 차를 따라 마시다. 차를 맛보다.

素衣(소의) 흰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

風塵(풍진): 객고. 객지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

淸明(청명): 24절기 중 하나. 춘분 뒤 15일째 되는 날.

 

 

[감상]

첫머리 두 구는 名句로 알려져 있다. 육유는 이와 같은 칠언율시를 잘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시인이 친구 周必大의 초청으로 임안에 왔다가 嚴州(지금의 절강성 건덕) 의 벼슬을 받고

고향을 거쳐서 임지로 가게 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때 지은 시다.

 

세상인심 박하기가 비단보다 더 얇은데, 헛된 욕망을 품고 서울로 왔으나 이룬 것 별로 없다.

친구의 초청으로 오긴 왔다마는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는데,

나그네 객고가 한가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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