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聲聲慢
宋 李淸照
尋尋覓覓 (심심멱멱) 찾고 찾아도
冷冷清清 (냉랭청청) 냉정하고 적막하니
淒淒慘慘戚戚 (처처참참척척) 몹시도 처량하고 근심스럽다.
乍暖還寒時候 (사난환한시후) 갑자기 따뜻했다 싸늘해지는 계절에
最難將息 (최난장식) 몸 편히 쉬기가 어렵다.
三盃兩盞淡酒 (삼배양잔담주) 두어 잔 맑은 술로
怎敵他晚來風急 (즘적차만래풍급) 어찌 저녁 늦게 불어오는 급한 바람을 대적할까!
雁過也 (안과야) 기러기 지나가자
正傷心 (정상심) 바로 마음이 상하는 것을 보니,
卻是舊時相識 (각시구시상식) 오히려 옛날 서로 알던 사이였던 것 같다.
滿地黃花堆積 (만지황화퇴적) 국화 떨어져 땅위에 가득 쌓였다.
憔悴損 (초췌손) 초췌하고 상한 몸
如今有誰堪摘 (여금유수감적) 지금 누가 있어 꽃을 꺾어 감상할까?
守著窗兒 (수저창아) 창문 앞에 앉아
獨自怎生得黑 (독자즘생득흑) 홀로 어찌 어두워 질 때까지 기다리나!
梧桐更兼細雨 (오동경겸세우) 게다가 오동나무에 이슬비 내리고,
到黃昏 (도황혼) 황혼이 다가오니
點點滴滴 (점점적적) 오동잎에 방울방울 떨어진다.
這次第 (저차제) 이 상황에
怎一個愁字了得 (즘일개수자료득) 어찌 한개 “愁”자를 얻을 수 있겠는가!
注釋
譯文
그녀는 이미 지나버린 좋은 시절을 갈망하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냉정하여,
그 마음을 더욱 슬프고 괴로운 심연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러 해 슬퍼서 마음 상한 괴로움에, 체력은 날로 쇠하고,
또 갑자기 따뜻하다 갑자기 싸늘한 때가 돌아오니,
몸은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날씨는 사람을 어렵게 해,
본래 술을 빌어 근심을 달래려 하였지만, 술을 싱겁게 할 도리가 없으니,
쓸쓸한 가을바람으로 인한 슬프고 상처받은 마음을 대적할 수가 없다.
북쪽 기러기 남으로 날아가는데, 자기 또한 북방 적에게 떨어진 점령지구에서
남쪽으로 도망쳐 왔으니, 이 큰 기러기는 원래 예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다.
사물을 보고 고향생각이 나니,
새로운 근심 사라지지 않고, 예전 근심이 다시 일어난다.
국화는 땅에 가득 쌓였는데 자기는 근심으로 괴롭고 또 초췌하고 메말랐으니,
지금 차마 누가 꽃을 꺾어 감상할 마음이 있겠는가?
경치를 대하며 상처 난 심정으로, 오래 창가에 앉아 있으니,
어떻게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황혼이 다가와, 두루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데.
오동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더욱 마음속의 적막감을 더해준다.
이런 날, 사람들로 하여금 만 가지 생각이 交集되니,
어찌 한 개의 “愁”字로 포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