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醉花陰
宋 李淸照
薄霧濃雲愁永晝(박무농운수영주) 옅은 안개 짙은 구름 긴 낮이 근심스러운데,
瑞腦銷金獸(서뇌쇄금수) 용뇌향이 향로 속에서 점점 사그라진다.
佳節又重陽(가절우중양) 좋은 계절 또 중양절인데
玉枕紗廚(옥침사주) 휘장 안에 옥 베개 베고 누우니
半夜涼初透(반야량초투) 한밤중에 서늘한 바람 처음 스며들었네.
東籬把酒黃昏後(동리파주황혼후) 황혼 후에 동쪽 울타리에서 술 마시니,
有暗香盈袖(유암향영수) 그윽한 향기 옷소매에 가득하다.
莫道不銷魂(막도불쇄혼) 슬픔에 넋을 잃지는 않았다고 말하지 마라.
簾卷西風(염권서풍) 주렴을 말아 올리는 가을바람에
人比黃花瘦(이비황화수) 사람이 국화보다 야위었구나.
注釋
瑞腦: 즉 용뇌. 향료의 이름. 金獸: 짐승 모양의 향로.
譯文
하늘가엔 옅은 안개 짙은 구름 자욱하고,
이렇게 이 길고 지루한 대낮같은 근심을 어찌 소멸시킬까 근심하는데,
짐승 모양의 동화로 속엔, 이미 용뇌향이 점점 타 없어지고 있다.
또 다시 중양가절에, 나는 비단 휘장에 옥 베개 베고 누웠는데,
한밤중, 가을의 처량함이 스며든다.
황혼이 들어, 나는 홀로 동쪽 울타리 가에서 술을 마시는데,
국화의 그윽한 향기가 옷소매에 스며든다.
이 경치가 사람들로 하여금 슬픔으로 넋을 잃지는 않았다고 말하지 마시게.
가을바람이 휘장을 말아 올리면,
그대는 사람이 국화보다 더 수척해 졌다는 것을 보게 될 테니.
▶黯然销魂[ànránxiāohún] : 슬픔으로 넋을 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