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慶州敗》
蘇舜欽
無戰王者師 (무전왕자사) 싸우지 않는 것이 왕자의 군대요
有備軍之志 (유비군지지)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군대의 뜻이다.
天下承平數十年 (천하승평수십년) 천하가 평안하게 계승된 지 수십 년,
此語雖存人所棄 (차어수존인소기) 이 말은 비록 사람들에게 존재하지만 잊혀졌다.
今歲西戎背世盟 (금세서융배세맹) 지금 서쪽 오랑캐가 세상의 맹세를 배반하고
直隨秋風寇邊城 (직수추풍구변성) 가을바람 따라 변성을 노략질한다.∘
屠殺熟戶燒障堡 (도살술호소장보) 도살하고 집을 불 지르고 성을 막으며
十萬馳騁山岳傾 (십만치빙산악경) 십만 병사가 말달리니 산악이 기운다.
國家防塞今有誰 (국가방새금유수) 국가의 요새를 방비 하는 자 지금 누구인가?
官爲承制乳臭兒 (관위승제유취아) 승제관직에 따라 어린애가 관리 질을 한다.
酣觴大嚼乃事業 (감상대작내사업) 달콤한 술잔으로 먹고 마시는 게 일이었으니
何嘗識會兵之機 (하상식회병지기) 어찌 일찍이 군대를 모을 기회가 있었겠나?
符移火急搜卒乘 (부이화급수졸승) 부절을 옮기고 급히 병사와 탈것을 찾는데
意謂就戮如縛尸 (의위취륙여박시) 시체를 묶듯 적을 살육하려는 뜻이라 하였다.
未成一軍已出戰 (미성일군이출전) 군대도 갖추지 못한 채 이미 출전하여
驅逐急使緣嶮巇 (구축급사연험희) 급히 몰아 험준한 산길을 오르게 했다.
馬肥甲重士飽喘 (마비갑중사포천) 말은 살찌고 갑옷은 무거워 병사는 숨이 차니
雖有弓劍何所施 (수유궁검하소시) 비록 활과 검이 있어도 어디에 쓸모가 있나?
連顚自欲墮深谷 (연전자욕수심곡) 연달아 넘어지며 깊은 계곡으로 떨어지려하니
虜騎笑指聲嘻嘻 (로기소지성희희) 오랑캐 기병들 손가락질하며 히히대고 웃는다.
一麾發伏雁行出 (일휘발복안행출) 깃발 휘두르니 매복한 병사들 일제히 뛰쳐나와,
山下掩截成重圍 (산하엄절성중위) 산 밑을 몰래 끊어 겹겹이 포위했다.
我軍免冑乞死所 (아군명주걸사소) 우리 군대 투구도 없이 죽을 곳을 구걸하며
承制面縛交涕洟 (승제면박교체이) 장군은 얼굴을 결박당하여 눈물콧물 흘린다.
逡巡下令藝者全 (준순하령예자전) 멈칫멈칫 물러날 때 예인들 살려주라 명령하니
爭獻小技歌且吹 (쟁희소기가차취) 다투어 노래하며 악기불어 작은 기예를 바친다.
其余劓馘放之去 (기여의괵방지거) 나머지는 코, 귀를 베어 쫒아내니
東走矢液皆淋漓 (동주시액개임리) 동분서주 도망치며 똥오줌에 흠뻑 젖는다.
道無耳准若怪獸 (도무이준약괴수) 귀와 콧마루 없으니 괴수 같다 말하는데도
不自愧恥猶生歸 (부자괴치유생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살아 돌아가려고만 한다.
守者沮氣陷者苦 (수자저기함자고) 지키는 자 氣꺾이고 함락당한 자 고통스러운 건
盡由主將之所爲 (진유주장지소위) 모두가 장군의 소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地機不見欲僥勝 (지기불견욕요승) 땅의 기회는 보지 않고 요행을 바란 결과
羞辱中國堪傷悲 (수욕중국감상비) 나라를 수치스럽게 하였으니 참으로 애통하다.
註釋
王者: 덕으로 사람을 다스리는 군주. 承制: 송나라 무신의 관직명.
雁行: 기러기가 대열을 지어 날아가듯 질서 정연하게 행동한다.
逡巡: 멈칫멈칫. 劓:코 벨 의. 馘: 귀 벨 괵, 뺨 혁
矢液: 矢는 屎(똥 시)와 통용. 똥과 오줌을 이른다.
淋漓: 임리 (물이나 피가)흠뻑 젖어 뚝뚝 흘러 떨어지거나 흥건한 모양
譯註
慶州는 지금의 감숙성 경양현이다.
작자는 전쟁에 패한 송나라 군사들의 비참한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 책임이 무능한 장수와, 사람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조정의 통치자에게 있다고 비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