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觀棋長吟》
邵雍
院靜春深晝掩扉 (원정춘심주엄비) 정원은 고요하고 봄은 깊은데 한낮 사립문 닫고
竹間閑看客爭棋 (죽간한간객쟁기) 대나무 사이로 한가하게 바둑 두는 것이 보인다.
搜羅神鬼聚胸臆 (수라신귀취흉억) 귀신같이 찾고 펼치며 가슴속 생각 모아
措臻山河入范圍 (조진산하입범위) 산하를 두고 법도에 맞게 에워싼다.
局合龍蛇成陣斗 (국합용사성진두) 국면은 용과 뱀이 진을 쳐 싸움이 되는데
劫殘鴻雁破行飛 (겁잔홍안파행비) 크고작은 기러기 빼앗고 없애며 파행하며 난다.
殺多項羽坑秦卒 (살다정익갱진졸) 항우를 죽이고 진나라 졸병을 묻으니
敗劇符堅畏晉師 (패극부견외진사) 심하게 패한 부견은 진나라 군대가 두렵다.∘
座上戈鋌嘗擊搏 (좌상과정상격박) 앉은 자리에서 창과 쇳덩이 치고 두드리며
面前冰炭旋更移 (면전빙탄선경이) 면전에서 얼음과 숯이 빙빙 돌며 이동 한다;
死生共抵兩家事 (사생공저양가사) 죽고 사는 것 양편의 일, 함께 겨루는데,
勝負都由一著時 (승부도유일저시) 승부는 모두 한 번에 나타난다.
當路斷無相假借 (당로단무상가차) 가는 길 끊어져 없어도 임시로 빌리며
對人須且强推辭 (대인수차강추사) 상대에 대하여 물러나 사양해야한다;
腹心受害誠堪懼 (복심수해성감구) 속으로 피해를 받아들고 진실로 두려움을 감내야
唇齒生憂尙可醫 (순치생우상가의) 입술과 이에 근심이 생겨도 고칠 수 있다;
善用中傷爲得策 (선용중상위득책) 상처를 잘 이용하면 계책을 얻는다 하고,
陰行狡獪謂知機 (음행교쾌위지기) 몰래 간사한 꾀를 부리면 낌새를 안다 이른다.
請觀今日長安道 (청관금일장안도) 오늘 장안의 길을 보기 청하니,
易地何嘗不有之 (역지하상불유지) 입장을 바꾸면 어찌 그것이 있지 않겠나?
註釋
臆: 가슴 억. 臻: 이를 진.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坑: 구덩이 갱.
符堅: 중국 전진(前秦)의 3대 군주로서 왕맹(王猛)을 등용하여 부국강병을 이루었으나
왕맹의 충언을 듣지 않고 백만군사를 동원하다가 8천의 군사에 불과한 진(晋)의 사현(謝玄)에게 패하여 몰락하였음.
搏: 두드릴 박. 推辭(추사): 물러나며 사양(辭讓)함
狡獪(교쾌): 간사(奸邪)하고 꾀가 많음.
▶邵雍 [shào yōng] (1011년 ~ 1077)
범양(范阳) 사람으로 자는 요부(尧夫)이다. 북송(北宋) 시대의 철학자로 젊어서 큰 뜻을 품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공부를 했고, 더불어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쌓았다.
뒤에 이정(李挺)에게 《하도(河图)》, 《낙서(洛书)》와 복희팔쾌(伏羲八卦)를 배웠고,
마침내 스스로 일가를 이룰 정도가 되었다.
저서로는 《황극경세(皇极经世)》, 《관물내외편(观物内外篇)》, 《선천도(先天图)》,
《어초문대(渔樵问对)》, 《이천격양집(伊川击壤集)》, 《매화시(梅花诗)》 등이 있다.
시호는 강절(康节)이다. (중국역대인물 초상화, 한국인문고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