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설쳐대며
순례길 출발점 생장으로 가는 길은 왜 그리 어렵기만 한가?
민박집 아저씨가 전철역까지 배웅나와 내 두 손을 꼭잡고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해 줬다.
마치 전쟁터에라도 가듯...
인터넷으로 -그것도 민박집 따님이 예약해 준 표에 Volture 017-place026 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일반 기차역 17번 개찰구로 들어갔으니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몇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상한 소리만 하는데, 시간은 벌써 7시30분을 넘었다.
10분도 안 남았으니 큰일이다.
급히 안내 데스크의 도움을 받았다.
TGV 타는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6번 개찰구 17번 열차의 26번 좌석을, 17번 개찰구로 착각을 했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17번에서 탓으면 어쩔뻔 했나?
세상은
눈치와 바디랭귀지가 통하는 곳도 있고, 전혀 무용지물인 곳도 있다.
이 나라 프랑스는 반벙어리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운 곳이다.
거의 졸도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가,
이제서야 달리는 열차안에서 안정을 찾았다.
BAYONNE역에서 조그만 애기 기차로 환승하여 한 시간쯤 더 달리니
오늘의 목적지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다.
여행자 여권을 발급 받고, 이곳에서 소개해 준 공립 알베르게에 여장을 풀었다.
알베르게 창문에서 평화로운 마을을 내려다 보며
술 생각이 간절하나, 혼자 마실 수도 없고...
아까 만난 중국인 젊은이도 보이지 않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