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꽃구경

甘冥堂 2020. 5. 15. 20:08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늙은 장사익이

흰수염 쭈굴하여 부르는 노래.

이게 노래인지, 청승인지. 장송곡인지...

고려장을 연상케하는 구슬픈 노래.

 

아들 길 잃을까 염려하여

솔잎을 길에 뿌리는 모정.

이게 꽃구경인가.

 

꽃도 봄도 세윌도

어머니에겐 아무 소용 없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너는 한번이라도 네 어머니를 업어본 적 있나?

옷깃 한번 잡으려도 아무 것도 없네.

 

어머니.

생각만 스쳐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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