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장미 한 송이 탐스레 피고
온 산엔 아카시아가 가득하다.
꽃 따라 이동하는 양봉 아저씨들
어느새 목 좋은 곳에 진을 쳤다.
언제 벌써 이리 되었나?
봄바람.
아니지. 입하가 지났으니 초여름이지.
바람 불고 비 내려 몸이 움추러드는데
그런데도 세월은 빠르게 흘러 간다.
그늘막에 앉아
채소보다 잡초가 더 크게 자란 밭을 바라보며, 차라리 갈아엎고 다시 심을까.
아니지. 그래도 농부가 먹을만큼은 남겨두겠지.
호스를 끌어다 물을 준다.
들고양이 한 마리
아무 생각없이
만물의 영장 앞에서 오줌을 싸는 한낮.
세상이 이렇게 고요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