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다 된 세상

甘冥堂 2022. 2. 12. 17:49
"야, 이 GSGG야!"
횡단보도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랐다.

40대 중반쯤 여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70대 할아버지를 향해 내뱉은 욕설이다.

아마,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거리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려는데
이 여자가 진로를 방해하자,
그 노인이 뭐라 욕을 한 모양이었다.

노인이 어이가 없어 손을 들어 때리려는 포즈를 취하자,
이 여인은 더욱 기고만장했다.
"이 GSGG가 사람을 때려?"

옆에 있던 여인의 딸이 전화를 건다.
"아빠, 빨리 와. 어떤 남자가 엄마를 때려!!".
바로 아빠가 뛰어왔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덕암사 처사가,
"주여, 늙은 양을 구원하소서."
70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말린다.
"그냥 가시오."

그 와중에도 여인의 목소리는 온 광장을 울린다.
"야, 이 GSGG야! 나이 처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 이 GSGG가 어디서 누굴 때려?"

덕암사 처사가 다시 70대 늙은이를 타일렀다.
"참으시오. 상대하지 말고 그냥 가시오."

이 노인도 더 이상 버텨봤자 망신만 당할 것 같으니
못 이기는 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 사라졌다.

덕암사 처사는 할 말을 잃었다.
"나무관세음보살...."

三無 세상.

예의가 없다.
위 아래가 없다.
부모 자식도 없다.

말 못하는 아이를 밟아죽이고
용돈 안 준다고 부모에게 칼질을 한다.
이 사회에서 예의라는 것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아비뻘 되는 노인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쌍욕을 한다.
그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딸자식도, 남편도 이미 안중에 없다.

그 자식은 무엇을 배우며 자랄까?
그 남편은 이 여인을 어떻게 천년배필로 삼아 여생을 함께 할까?

혹, 그 남편에게도
"야, 이 GSGG야. 구멍도 못 찾냐?"

다 된 세상이다.


참고: GSGG (=ㄱ ㅅ ㄲ)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경기 수원시갑)의원이
"박병석,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란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뒤인 지난달 31일 새벽이었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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