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수구레를 아시나요?

甘冥堂 2022. 4. 24. 23:16
수구레는
소의 가죽 안쪽에 붙은 아교질 부위를 말하는데,
가죽과 근육의 연결 부위를 뜻한다.

어린 시절.
바깥 마당에 수구레 장사가 오면
제일 먼저 우리집에 들렸다.
당시에는 쇠고기가 귀하던 시절이니
농촌에서는 수구레가 그나마 육고기를 대신하는 고급진 음식이었다.

오늘, 동생네 밭에 고추 모종을 심는 날.
모처럼 형제들이 모두 모였다.
계수씨가 멀리 금촌장에 가서 수구레를 사다가
수구레볶음을 만들었고,
작은 누나는 돼지 족발을 삶아 아주 푸짐한 점심 겸 봄놀이가 되었다.

수구레. 이게 얼마만이냐?
어릴적 먹던, 엄마가 해주시던 그맛 그대로다.

벛나무 그늘 아래 둘러 앉아
농삿일에 지친 몸을 달래면서 막걸리 한 잔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상을 떠난 막내동생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웃던 곳이었는데...
벚꽃은 지고, 7남매 중 2명의 빈자리가 허전하기만 하다.

이나마 농사도 올해로 마지막이다.
누나, 동생들 얼굴에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하다.

수구레.
"내 생일 날 다른 거 말고,
수구레 무침이나 한 솥 해다 주세요."
계수씨에게 미리 다짐했다.
모두들 웃는다.

봄날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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