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반 개
김치 두어 쪽
계란 후라이에 잡곡밥.
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신다.
너무 심하다.
사람이 사는 게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이것이 저녁 겸 술안주라니.
그래도 그게 어딘가?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기도 했는데.,
나혼산.
한 달이 경과했다.
무엇이 남았으며 무엇을 잃었나?
얻은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참을성이며
잃은 것은 바람 부는 봄날 저녁의 한없는 쓸쓸함이다.
잃은 것, 얻은 것 모두 외로움 뿐이다.
초교 2학년 때부터 객지 생활을 했으니
사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없다.
그려려니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새삼 무슨 외로움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손주들 보고픈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놈들이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코로나 시기에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애들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학교, 학원 다니느라 할배 집에 오지도 못하니 그걸 어쩌랴?
'나혼산'
그거 언제까지 할 건데?
아예 보따리 싸서 산 속으로 들어가던가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던가 하지,
이게 뭐히는 짓인지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전화가 왔다.
"언제 올레?"
아예 가버릴까?
술 한 잔에 어리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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