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兵車行 / 杜甫

079. 兵車行 / 杜甫

       병거의 노래

 

車轔轔,馬蕭蕭 (거인린, 마소소) 수레는 덜컹덜컹, 말은 히히힝

行人弓箭各在腰 (행인궁전각재요) 부역 가는 사람은 활과 화살을 허리에 찼다.

爺娘妻子走相送 (야랑처자주상송) 부모처자는 배웅하러 따라가고

塵埃不見咸陽橋 (진애불견함양교) 먼지와 티끌로 함양교는 보이지도 않는다.

牽衣頓足攔道哭 (견의돈족난도곡) 옷 당기고 발 구르며 길을 막고 통곡하니

哭聲直上干雲霄 (곡성직상간운소) 울음소리는 바로 위로 솟아 하늘을 뚫는다.

道傍過者問行人 (도방과자문행인) 길 가던 과객이 행역 가는 이에게 물으니

行人但云占行頻 (행인단운점행빈) 그가 단지 말하기를, 여러 번 뽑혀가지요.

或從十五北防河 (혹종십오북방하) 어떤 이는 십오 세부터 북쪽 서하를 지켰는데

便至四十西營田 (편지사십서영전) 사십에 이르러서도 서쪽 둔전을 경작하지요.

去時里正與裹頭 (거시이정여과두) 떠날 때 이정이 머리 두건을 주는데

歸來頭白還戍邉 (귀래두백환수변) 백발 되어 돌아 와도 다시 변방을 지키지요.

邉庭流血成海水 (변정유혈성해수) 변경 벌판에는 흐르는 피가 바다를 이루는데도

武皇開邉意未已 (무황개변의미의) 황제의 변경개척은 끝이 나지 않는군요.

君不聞 (군불견) 그대 듣지 못했나요

漢家山東二百州 (한가산동이백주) 한나라 산동 이백 주에

千村萬落生荆杞 (천촌만락생형기) 마을마다 가시관목이 생겼다는 것을.

縱有健婦把鋤犂 (종유건부파서리) 건장한 부인이 있어 호미와 쟁기로 갈아도

禾生隴畆無東西 (화생농무무동서) 벼가 이랑 뚝에 나서 동서가 구별되지 않지요.

况復秦兵耐苦戰 (황복진병내고전) 하물며 진나라 병사는 힘든 전쟁을 잘 견디는지라

被驅不異犬與雞 (피구불이견여계) 내 몰리는 것이 개나 닭과 다를 바 없지요.

長者雖有問 (장자수유문) 어르신이 비록 물어 볼 게 있다 해도

役夫敢伸恨 (역부감신한) 끌려가는 몸이 어찌 감히 신세 한탄을 하리오?

且如今年冬 (단여금년동) 더구나 금년 겨울 같이

未休關西卒 (미휴관서졸) 관서의 수자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縣官急索租 (현관급색조) 조정의 관리들 급히 세금 내라 하니

租稅從何出 (도세종하출) 세금은 어디에서 나오겠어요?

信知生兒惡 (신지생아오) 사내애를 낳으면 싫어하는 것을 진실로 알 수 있고

反是生女好 (반시생여호) 반대로 여아를 낳으면 좋다고 하지요.

生女猶得嫁比隣 (생녀유득가비린) 딸을 낳으면 오히려 인근에 시집보낼 수 있지만

生兒埋没隨百草 (생아매몰수백초) 사내아이는 풀 더미 속에 묻히니까요.

君不見靑海頭 (군불견청해두) 그대 못 보셨나요. 청해 변에

古來白骨無人收 (고래백골무인수) 예로부터 백골을 거두는 사람 없어

新鬼煩寃舊鬼哭 (신귀번원구귀곡), 새로운 귀신 원통해 하고 옛 귀신 통곡하여

天隂爾濕聲啾啾 (천음이습성추추) 하늘 어둡고 비 내려 습할 때면 오열 소리 나는 것을!

 

 

이 시는 천보 10년 (751) 작품이다. 천보 9년6월 哥舒翰(가서한)이 토번 石堡城(석보성)을 공격했으나

당나라 군사 수만 명의 사상자가 있었다. 12월, 관서유변사도 토번과 교전하였다.

전쟁은 내부 여러 군을 피폐하게 만들고 백성들은 안심하고 살 수 없었다.

杜甫는 이를 비꼬아 이 시를 썼다.

 

轔轔(인린)：수레가 움직이는 소리.

蕭蕭(소소) 말이 우는 소리.

行人(행인)：행역 가는 사람. 출정하는 병사를 가리킨다.

爺娘(야랑)：양친부모.

牽衣頓足(견의돈족)：옷을 잡고 발을 동동 구르다.

攔：막을 난.

雲霄(구름운, 하늘 소)：하늘 끝.

干(간)：沖, 뚫다.

過者(과자)：필자인 두보 자신.

防河(방하)：서하를 지키는 군대를 소집하여 토번이 가을에 침공하여 소란을 피우는 것을 막는다.

占行(점행)：호적에 따라 차례로 이름을 부르는 순서로. 명부를 점검하여 출병시키다.

里正(이정)：매 백 호 마다 한 사람의 이정이 있어 농사 부역 호적 등을 관리 했다.

營田(영전)：둔전을 경작하다. 둔전병들은 평시에는 농사를 짓고 전시에는 전투에 참여했다.

당시 둔전은 서북 일대에 있었는데 역시 토번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裹頭(과두)：옛날 사람들은 검은 그물로 세 척의 머리두건을 만들어 썼다. 정벌 나가는 어린이가 나이가 너무 어려,

이정이 그들에게 두건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武皇(무황)：한 무제, 여기서는 당 현종을 비유했다.

開邉(개변)：변경을 개척하다.

意未已(의미이)：정지할 방법이 없다. 이 구절은 당 현종의 무력 남용을 풍자했다.

荆杞(형기)：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둘 다 야생의 나무로 잡목을 말한다.

 

把鋤犂(파서려)：호미와 쟁기를 손에 쥐다.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隴畆(농무)：이랑. 休(휴)：罷 파하다.

關西卒(관서졸)：함곡관 以西의 사졸. 즉 秦兵. 이 2구는 관서 유변사 王難得(왕난득)이 정벌군으로

토번을 치는 일을 말한다.

急索租(급색조)：급히 조세를 징구하다. 세금을 독촉하다.

信知(신지)：진실로 알다. 比隣(비린)：이웃.

靑海頭(청해두)：청해호 부근. 당나라는 고종 연간(676~678)부터 이 일대에서 토번과 자주 교전을 벌여

많은 사상자가 났다.

 

【해설】

이 시는 천보 10년(751)에 당 현종의 과도한 변방 정벌에 반대하여 지은 것으로,

다음에 이어지는 「미인의 노래(麗人行)」, 「강가의 슬픔(哀江頭)」, 「왕손을 슬퍼하여(哀王孫)」와 함께

두보가 새롭게 만들어낸 신악부이다.

 

이 시는 세상의 슬픔을 풍자한 시로서 두보 시 중에서 명작으로 역대에 추숭을 받는 시다.

시는 당 현종이 군사를 부려 무력을 남용하여, 백성들에게 막대한 재난을 끼친 것을 풍자하였으며,

反戰의 색채가 충만하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잦은 징병으로 청춘을 잃어버렸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행역의 고통, 일손이 없는

황폐된 마을의 처참한 현실, 끊이지 않는 부당한 세금 독촉, 그리고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게 되는

억울함과 원통함이 출정하는 병사의 입을 통해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