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삼월 삼짇날 꽃놀이

甘冥堂 2024. 4. 14. 08:37

삼월 삼짇날 꽃놀이

 

三月三日雜花新 (삼월삼일잡화신) 삼월 삼짇날에 온갖 꽃들이 새로 피니

紫閣君家正耐春 (자각군가정내춘) 자각의 그대 집이 봄과 잘 어울리겠지

搖蕩游絲多九陌 (요탕유사다구맥) 하늘거리는 아지랑이는 도성 거리에 많겠고

留連芳草與何人 (유련방초여하인) 길게 이어져 있는 방초는 누구에게 주려나

風烟萬里空回首 (풍연만리공회수) 만리 펼쳐진 풍광에 괜스레 고개 돌릴 뿐

藥物經年不去身 (약물경년불거신) 해 넘도록 약물은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오

南郭舊遊渾似夢 (남곽구유혼사몽) 남쪽 성곽에서 옛날 놀던 일 온통 꿈만 같아

白頭吟望暮江濱 (백두음망모강빈) 백발로 저문 강가에서 읊조리며 바라보노라

 

- 신광수(申光洙, 1712~1775) 석북집(石北集)3

삼월 삼짇날 권중범에게 부치다[三月三日寄權仲範]

 

자각(紫閣)’이 곧 자각봉(紫閣峯)’인 남산이다.

이때 남산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을 것이다.

도성 거리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들판에는 향기로운 풀이 파릇파릇 돋아나며

산에는 꽃들이 만발한, 그야말로 별천지(別天地)였으리라.

 

작자는 예전 벗들과 함께 삼월 삼짇날 권사언의 집에서 봄놀이를 실컷 즐겼었다.

그런데 이제는 병이 들어 약물을 끼고 있는 신세라 남산에는 가지 못한 채,

그 예전을 추억하며 강가에서 남산 쪽을 바라보고 있다.

 

작자의 또 다른 삼월 삼짇날[三月三日]시를 보면

 

三月三日病中催, 삼월 삼짇날이 병중에 빨리 지나가는데,

氷雪滿江春氣哀. 빙설이 강에 가득하여 봄기운 애처롭네.……

物色閉門渾漫事, 문 닫으니 봄 풍경은 온통 부질없는 일이라

凄凄時侯欲沾腮. 쌀쌀한 날씨에 눈물이 뺨을 적시려 하누나. 라고 하였다.

 

삼월 삼짇날이 되었는데 작자는 병이 들었고,

특히 이 해는 기온이 매우 낮아 봄이 되었는데도

빙설이 강에 가득한 겨울 날씨를 보였다.

이런 날씨 때문에 한창 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꽃이 피지 않아

봄 경치를 구경할 수 없자 예전 추억에 눈물이 난 것이다.

이렇게 작자는 꽃다운 때인 삼월 삼짇날에 병이 들거나 기후가 맞지 않아

제때 즐겨야 할 꽃놀이를 하지 못한 것이다.

 

글쓴이 최이호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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