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복겸공(惜福謙恭)
복을 아끼고 겸손하며 공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삶에서 福(복)을 원한다.
복의 글자는 조상의 신주를 나타낸 示(시)와
음식이나 술이 가득한 항아리 畐(복)이 합쳐져 있다.
조상에게 음식을 바쳐 복을 기원했다는 의미다.
壽福康寧(수복강녕)이란 말과 같이
오래 살고 넉넉한 삶과 건강한 것이
五福(오복) 중에서도 물론 먼저 꼽혔다.
그런데 만족을 모르는 심사는
‘복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것이 복인지 모른다
(身在福中不知福/ 신재복중부지복)’는 말과 같이 만족을 모르고 더 욕심낸다.
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인데 복을 남이 가져갈까 두려워하면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들어온 복을 흥청망청 낭비한다면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
선인들은 복을 아껴야 한다(惜福)고 했다.
여러 곳에 교훈이 남아 있지만
많이 인용되는 몇 곳만 보자.
먼저 蘇東坡(소동파)의 戒殺詩(계살시)에 나오는 경구다.
何如惜福留餘地 (하여석복류여지),
어떻게 복을 아껴 남길 수가 있을까
養得淸虛樂在中 (양득청허락재중).
맑게 비우는 마음에 즐거움이 있도다
明(명)의 학자 眉公(미공) 陳繼儒 (진계유)가 거든다.
吾本薄德人 宜行惜福事 (오본박덕인 의행석복사).
나는 본시 덕 없는 사람이라 의당 복 아끼는 일을 행해야겠다.
우리의 許筠(허균)도
‘복을 아끼지 않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불효 불충한
(不惜福不畏天 不孝不忠/
불석복불외천 불효불충)’사람을 경계했다.
문집 ‘惺所覆瓿藁(성소부부고, 瓿는 단지 부)’에서다.
복을 아끼는 것을 넘어 항상 겸손하고 공손하라고
두 손자의 이름을 謙恭(겸공)이라 지은 사람이 있다.
조선 成宗(성종)때의 문신 李克培 (이극배)는 항상 자제들에게 이른다.
‘사물이란 성하면 반드시 쇠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혹시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凡物盛則必衰 若等毋或自滿/
범물성즉필쇠 약등무혹자만)며,
두 손자를 이름 지어 겸과 공이라 했다
(名二孫以謙恭/ 명이손이겸공).’
그러면서 처세의 길은 이 두 글자에 있다고 덧붙였다는 내용이
仁祖(인조) 때 학자 權鼈(권별, 鼈은 자라 별)이 저술한 ‘海東雜錄(해동잡록)’에 남아 있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복을 찾을 수 있고 누릴 수 있지만
더 많은 복을 원하는 데서 불행이 온다.
남이 보기에 복이 넘치는 사람일수록
명심할 말이 있다.
轉禍爲福(전화위복)에 도통한
塞翁(새옹)의 충고다.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등,
변화는 끝이 없고 그 깊이는 예측할 수가 없다.
(福之爲禍 禍之爲福 化不可極 深不可測也/ 복지위화 화지위복 화불가극 심불가측야).’
또 있다.
‘복은 거듭 오지 않으나 화는 반드시 겹쳐서 닥친다
(福不重至 禍必重來/ 복부중지 화필중래).’
현재의 행복에 취하지 말라는
禍不單行(화부단행)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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