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積雨輞川荘作 / 王維
장맛비 내리는 망천장에서
積雨空林煙火遲 (적우공림연화지) 장맛비 내린 빈숲에서 연기 천천히 피우며
蒸藜炊黍餉東菑 (증려취서향동치) 명아주 찌고 기장밥 지어 동쪽 밭으로 내온다.
漠漠水田飛白鷺 (막막수전비백로) 드넓은 논 위에 해오라기 날고
隂隂夏木囀黄鸝 (음음하목전황리) 울창한 나무숲에 꾀꼬리 운다.
山中習静觀朝槿 (산중습정관조근) 산중에서 고요함을 익히며 무궁화 바라보고
松下清齋折露葵 (송하청재절노규) 소나무 아래에서 아욱과 명아주 꺾어 素食을 한다.
野老與人争席罷 (야로여인쟁석파) 촌 늙은이 사람들과 자리를 다투지 않으려는데
海鷗何事更相疑 (해구하사갱상의) 갈매기는 어찌하여 다시 나를 의심하는가?
積雨(적우):오래 내리는 비. 荘(장):별장.
煙火遲(연화지):비가 오래 와서, 연기와 불이 천천히 타는 것.
藜(려):일종의 야채.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로 여린 잎은 먹을 수 있다.
黍(서):황미. 기장.
餉東菑(향동치):밥을 동쪽에 새로 개간한 밭으로 내오다.
夏木(하목):큰 나무.
習静(습정):도가에서 조용히 앉아 하나를 지키는 방법.
朝槿(조근):무궁화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에 시든다, 그러므로 조근이라 칭한다.
觀朝槿(관조근):조용히 무궁화를 본다. 인생이 짧고 잠시이며, 榮枯無常(영고무상)한 것을 체득할 수 있다.
清齋(청재):간단한 식사의 뜻. 素食하다. <舊唐書. 王維傳>에
“왕유의 형제가 모두 불교를 받들어 항상 소식하며 육식을 하지 않고, 만년에는 항상 재계하며,
무늬 있는 옷을 입지 않았다."
露葵(노규):아욱. “百菜의 主"이라 칭한다. 여기서는 신선한 소채를 가리킨다.
野老(야로):왕유 자칭.
争席(쟁석):<莊子. 寓言>에 楊朱(양주)가 거만하고 교만하였으나, 자신이 노자의 謙恭禮敬(겸공예경)을 배워,
인간들과 더불어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争席罷(쟁석파):이는 자기가 이미 거만하게 남을 헐뜯는 마음이 없으므로, 더불어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海鷗(해구):<列子. 黃帝>에 出典. 해변에 갈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매일 갈매기와 서로 친했다.
후에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를 잡아오라고 하였다. 다음날, 갈매기는 결코 그의 곁으로 오려하지 않았다.
이 구절이 말하는 것은, 내가 이미 남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마음이 있는데, 갈매기인들 어찌 또 나를 의심하지 않겠나?
【해설】이 시는 오랫동안 내리던 비가 그친 후의 풍경을 묘사하고, 은거후의 한가한 생활을 서술했다.
수련에서는 전원생활을 그렸는데, 시인이 산중에서 조용히 본 바. 비 내리는 시절에, 하늘은 흐리고 땅은 습한데
연기는 천천히 오른다. 농가에서 이른 밥 지어 들판으로 내 와 식사하는 怡然自樂하는 농촌의 생활을 묘사했다.
함련에서는 자연경치를 썼는데, 넓고 평평한 둔덕에 백로가 날고 깊은 산 빽빽한 숲속엔 꾀꼬리가 화답한다.
비 내린 후의 망천은 그림의 의미가 온화하다.
경련은 시인이 空山之中에 홀로 거처하며 소나무 아래 머물며, 무궁화를 바라보고 아욱을 먹으며
먼지 나는 세상을 피하여 은거하는 생활을 썼다.
미련에서는 두 편의 전고를 연달아 인용했는데, <장자 우언>과 <열자. 황제편>을 전고했다.
두 권의 전거를 정반결합하여 시인의 담박한 뜻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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