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진정표(陳情表) - 李密

甘冥堂 2011. 12. 29. 13:34

 

진정표(陳情表)

                             李密(이밀 : 224~287) 

 

臣密言: 臣以險釁 夙遭愍凶      (신밀언: 신이험흔 숙조민흉)

生孩六月 慈父見背                  (생해유월자부견배)

行年四歲 舅奪母志                  (행년사세구탈모지)

祖母劉閔臣孤弱 躬親撫養        (조모유민신고약 궁친무양)

臣少多疾病 九歲不行               (신소다질병 구세불행)

零丁孤苦 至于成立                  (영정고고 지우성립)

旣無叔伯 終鮮兄弟                  (기무숙백 종선형제)

門衰祚薄 晩有兒息                  (문쇠조박 만유아식)

外無朞功强近之親                   (외무기공강근지친)

內無應門五尺之童                   (내무응문오척지동)

焭焭孑立 形影相吊                  (경경혈립형영상조)

而劉夙嬰疾病 常在牀褥            (이유숙영질병 상재상욕)

臣侍湯藥 未嘗廢離                  (신시탕약 미상폐리)

 

신 이밀은 아립니다. 신은 운수 사납고 죄가 많아 어린나이에 불행에 직면하였습니다.

태어 난지 6 개월에 아버님과 사별하고

네 살 때 외삼촌이 어머니의 수절하려는 뜻을 빼앗았습니다.

할머니 유씨가 저의 외롭고 약함을 불쌍히 여겨 몸소 키우셨습니다.

신은 어릴 때에 병이 많아 아홉 살이 되어도 걷지도 못했습니다.

외롭고 쓸쓸하게 홀로 고생하며 마침내 성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숙부와 백부도 없는데다가 형제도 없습니다.

가문은 쇠퇴하고 박복하여 늦게 자식을 두었으니

밖으로 기복과 공복을 입을 친척도 없고

안으로는 문에서 맞이하는 시동 하나 없습니다.

홀로 외롭게 선 채 몸과 그림자만이 서로를 위로할  뿐입니다.

할머니 유씨도 일찍 병들어 늘 자리에 누워 계시니

신은 탕약을 올리며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逮奉聖朝 沐浴淸化                  (체봉성조 목욕청화)

前太守臣逵 察臣孝廉               (전태수신규 찰신효렴)

後刺史臣榮 擧臣秀才               (후자사신영 거신수재)

臣以供養無主 辭不赴               (신이공양무주 사불부)

會詔書特下 拜臣郞中               (회조서특하 배신랑중)

尋蒙國恩 除臣洗馬                   (심몽국은 제신세마)

猥以微賤 當侍東宮                   (외이미천 당시동궁)

非臣隕首 所能上報                   (비신운수 소능상보)

 

거룩하신 (지금의) 조정을 받들어 맑은 교화를  입고 있사온데

전의 태수 가규는 신을 효렴으로 발탁하더니

후에 자사 영은 신을 수재로 천거했습니다.

그러나 신은 할머니의 공양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 사퇴하고 부임하지 않았더니

조서를 특별히 내려 신을 낭중으로 임명하시고

또 얼마 후에 나라의 은혜를 입게 되어 신에게 세마 벼슬을 내리셨습니다.

외람되이 미천한 몸으로 동궁을 모시게 되니

신이 목숨을 바친다 해도 그 은혜 다 값을 수 없습니다.

 

臣具以表聞 辭不就職                (신구이표문 사불취직)

詔書切峻 責臣逋慢                   (조서절준 책신포만)

郡縣逼迫 催臣上道                   (군현핍박 최신상도)

州司臨門 急於星火                   (주사임문 급어성화)

臣欲奉詔奔馳 則以劉病日篤       (신욕봉조분치 칙이유병일독)

欲苟順私情 則告訴不許             (욕구순사정 칙고소불허)

臣之進退 實爲狼狽                    (신지진퇴 실위낭패)

 

하오나 신이 사정을  아뢰는 표를 올려 사퇴하고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더니

조서는 절실하고 준엄하게 신의 책임 회피와 태만함을 책망하시고

군과 현의 관리들이 다그치며 신이 관직의 길을 떠나도록 재촉하였으며

주의 관리들도 집에 찾아와 급하게 서두르며 성화를 부렸습니다.

신이 조명을 받들어 빨리 달려가고 싶지만 할머니 유씨의 병환이 날로 위독하고

잠시 사사로운 정을 따르고자 해도 하소연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니

신이 벼슬길에 나아갈지 물러나야 할지 참으로 어찌할지를 모르겠습니다.

 

伏惟聖朝 以孝治天下               (복유성조 이효치천하)

凡在故老 猶蒙矜育                  (범재고로 유몽긍육)

況臣孤苦 特爲尤甚                  (황신고고 특위우심)

且臣少事僞朝 歷職郞署           (차신소사위조 역직랑서)

本圖宦達 不矜名節                  (본도환달 불긍명절)

今臣亡國之賤俘 至微至陋        (금신망국지천부 지미지루)

過蒙拔擢 寵命優渥                  (과몽발탁 총명우악)

豈敢盤桓 有所希冀                  (기감반환 유소희기)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지금의 조정은 효도로써 천하를 다스려

모든 노인들까지 가엾이 여겨 돌봐주는 은혜를 입고 있는데

하물며 신은 홀로 고생함이 특히 심하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또 저는 젊었을 때 위조를 섬겨 낭서에서 두루 관직을 거쳤습니다만,

본래 출세하기만을 바랐을 뿐 명예와 절개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신을 망국의 천한 포로로 극히 미천하고  비루함에도

과분하게 발탁되어 사랑으로 내리신 은혜가 두터우니

어찌 감히 주저하며 더 바라는 바가 있겠습니까.

 

但以劉 日薄西山 氣息奄奄         (단이유 일박서산 기식엄엄)

人命危淺 朝不慮夕                    (인명위천 조불려석)

臣無祖母 無以至今日                (신무조모 무이지금일)

祖母無臣 無以終餘年                (조모무신 무이종여년)

母孫二人 更相爲命                   (모손이인 갱상위명)

是以區區 不能廢遠                    (시이구구 불능폐원)

 

다만 할머니 유씨가 서산에 해가 지는 듯 숨이 가냘프니

목숨이 위급해서 아침에 저녁 일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신에게 할머니가 없었다면 오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며

할머니께서도 신이 없으면 남은 삶을 마칠 수 없을 터이니

할머니와 손자 두 사람이 서로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구한 연유로 그만두고 멀리갈 수 없습니다.

 

臣密 今年四十有四                  (신밀 금년사십유사)

祖母劉 今九十有六                  (조모유 금구십유육)

是臣盡節於陛下之日 長            (시신진절어폐하지일 장)

報劉之日 短也                         (보유지일 단야)

烏鳥私情 願乞終養                   (오조사정 원걸종양)

 

신  밀은 올해 나이 마흔 넷이고

할머니 유씨는 이제 아흔 여섯입니다

이는 신이 폐하께 충성을 다할 날은 길고

할머니 유씨를 봉양할 날은 짧다 할 것입니다

까마귀가 어미 새의 은혜를 보답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으로

할머니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할 수 있기를 원하옵니다.

 

臣之辛苦 非獨蜀之人士                (신지신고 비독촉지인사)

及二州牧伯所見明知                     (급이주목백소견명지)

皇天后土 實所共鑑                       (황천후토 실소공감)

願陛下 矜愍愚誠 廳臣微志            (원폐하 긍민우성 청신미지)

庶劉僥倖 卒保餘年                       (서유요행 졸보여년)

臣生當隕首 死當結草                   (신생당운수 사당결초)

臣不勝怖懼之情 謹拜表以聞          신불승포구지정 근배표이문)

 

 

신의 괴로움은 다만 촉의 인사들만 아니오라

양주와 익주 두 주의 장관들도 다 아는 바이며

천지신명께서도 실로 모두 보고 있는 바입니다.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어리석은 신의 정성을 가엾게 여기시어 신의 작은 뜻을

들어 주십시오.

바라건대 할머니 유씨께서 다행히도 여생을 보전하여 마치게 된다면

신은 살아서는 목숨을 바칠 것이요 죽어서는 응당 결초보은할 것입니다.

신은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기에 삼가 재배하고 이렇게 표문을 올려 아뢰옵니다.

 

 

  ...............

이밀의 자는 令伯으로 삼국시대 武陽 출신이다. 촉한에 출사하여 벼슬이 尙書郞에 올랐으며 몇차례 吳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능력을 인정 받았다. 촉한이 망 한 후 晉의 武帝는 그를 태자세마로 임용하고자 하였으나 조모 봉양을 이유로 사양하였고, 조모 사후에 출사하여 한중 태수를 지냈다.

 

이글은 진의 태시 3년에 무제에게 올린 상주문으로 진정사표라고도 한다. 이밀은 부친을 일찍 여의고 모친은 개가하여 조모의 손에서 양육되었는데, 무제가 그의 학문과 인품을 높이 인정하고 그를 불러 벼슬을 주려하였으나 조모의 병환때문에 그 곁을 떠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임을 사양한 글이 바로 이 작품이다. 무제는 이글을 읽고 크게 감동하여 식량과 노비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이 아니오, 이밀의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효자가 아니며, 韓愈의 祭十二郞文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인자한 부모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듯 진정표를 읽어 보면 조모를 섬긴 지극한 효심이 구구절절이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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