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먹는 얘기

중국인 거리 - 대림역 12번 출구

甘冥堂 2013. 8. 29. 15:27

탐중회. 중국을 탐구하는 모임.

중존사모. 중국울 존나게 사랑하는 모임.

 

우리 모임의 공식 이름은 탐중회입니다.

처음에는 점잖게 중사모(중국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이곤 했습니다마는,

그 유사한 명칭을 노사모, 박사모...등 정치권에서 험하고 쓰고 있는 것이 싫어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중존사모'가 제일 맘에 듭니다마는 너무 존나게(?) 좋아한다고 친구들에게 핀잔을 들어,

나 혼자만 그 명칭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8월26일. 정기모임을 중국인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대림동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여행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향내가 그리워 선뜻 나섰습니다.

 

2.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계단을 오르면 바로 이런 무가지 가판대가 눈에 띕니다.

벌써 분위기가 심상치않습니다.

 

골목 입구부터 중국인 상점 간판이 즐비하여, 중국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엄청 큰 부침개. 한개에 8천원이라고 합니다.

두께도 상당하여, 세 사람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군요.

 

그 옆에 꽈배기 튀기는 것. 부산 사는 친구가 저걸 무척 좋아해서 지난 번 낙양 가서는 매일 아침 저 꽈배기에 콩물만 먹었습니다.

5원어치만 사면 배 부르게 먹고도 남습니다.

 

 중국산 과자, 국수. 당면, 술 종류.

눈에 익은 이과두 酒도 있습니다.

 

중국 채소.

모두 수입한 것 같습니다. 향차이, 생강, 양파. 마늘, 콩... 모습이 우리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오리 부속집.

 

무한마랄압발(武漢麻辣鴨脖). 무한의 얼얼하고 매운 오리 목덜미 요리. 대강 이런 의미입니다.

음식의 사진과 이름도 상당히 직설적이고 솔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돼지부속집이 있습니다마는, 간판에 돼지 간, 허파, 창자. 오줌보, 부랄... 이런 식으로는 표기하지 않지요.

더군다나 오리 부속은 좀 생소합니다.

 

오리 대가리.

몇 년전 대련에서 여성 회원들과 무심코 저 요리, 鴨頭를 시켰다가 그만 혼이 났습니다. 

오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 보니 여성분들이 얼마나 기겁을 했겠습니까?

 

오징어 구이를 파는 노점상.

 

火爆魷魚. 화폭우어. (huobaoyouyu). 이름이 대단합니다. 불같이 폭발하는 오징어(?). 아마 구운 오징어인 것 같습니다.

연통이 하늘로 향하지 않고 아래로 향한 게 신기합니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 같군요.

주인이 있으면 한 번 물어 볼 텐데, 아직 영업 개시 전이라...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사망하길래 상조회사까지 생겼는지...

 

상조회사 간판 위 아래 음식 사진은 또 무언지...

'죽을 때 죽더라도 먹고나 죽자'. 아니면 '먹고 죽은 놈은 때깔도 좋다' 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인들이 얼마나 현실적인 민족인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중국인 거리를 왔으니, 本土 술로 한 잔 해야지요?

청도맥주. 임해설원 바이주...

 

둥근 탁자에 둘러 앉아, 음식이 미처 다 나오기도 전에 싹싹 비웁니다. 향차이 듬뿍 넣어서.

 

음식값은 중국 현지보다 상당히 비쌉니다. 물론 여기는 한국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저런 정도는 중국에서 100위엔(우리 돈20,000원) 정도면 충분한데...

 

이 거리를 좀 특색있게 가꾸어 실질적인 차이나 타운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습니다.

깨끗하고 운치있고 싸고 맛있게...그럼. 관광객들도 많이 몰려들어 이 일대가 활성화 될텐데...

 

중국인 거리에 밤이 깊어갑니다.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중국말이지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리고 낯선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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