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 수염

甘冥堂 2020. 4. 15. 19:55

 

나라를 걱정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집안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통하면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 수염 좀 깍으세요. 너무 지저분해요."

큰 손녀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코로나로 힘들어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서란다."

"그게 할아버지하고 무슨 상관이예요?"

 

아들 차를 타고 가던 중

"왜 노숙자처럼 하고 다니세요?"

 

할 말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데

무슨 면목으로 수염 깎고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닌단 말이냐?

 

아닌 게 아니라.

좀 지저분해 보이긴 하다.

가뜩이나 시원치 않은 주제에

아무 옷이나 걸치고, 수염 거칠게 하고 다니니

그 주접이 오죽하겠나?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

그깟 허접한 옷, 지저분한 수염이 뭔 대수겠는가?

 

다행히 코로나 환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 턱주가리가 깨끗해지는 날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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