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걱정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집안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통하면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 수염 좀 깍으세요. 너무 지저분해요."
큰 손녀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코로나로 힘들어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서란다."
"그게 할아버지하고 무슨 상관이예요?"
아들 차를 타고 가던 중
"왜 노숙자처럼 하고 다니세요?"
할 말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데
무슨 면목으로 수염 깎고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닌단 말이냐?
아닌 게 아니라.
좀 지저분해 보이긴 하다.
가뜩이나 시원치 않은 주제에
아무 옷이나 걸치고, 수염 거칠게 하고 다니니
그 주접이 오죽하겠나?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
그깟 허접한 옷, 지저분한 수염이 뭔 대수겠는가?
다행히 코로나 환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 턱주가리가 깨끗해지는 날
그날을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