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口耳之學

甘冥堂 2024. 6. 19. 11:00

학문을 입과 귀로만 하는 구이지학(口耳之學).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에 이렇게 씌어 있다.

小人之學也 (구이지학은) 소인의 학문이다
入乎耳出乎口 귀로 들은 것이 입으로 나온다.
口耳之間則四寸耳 입과 귀 사이는 네 치일 뿐이다.
曷足以美七尺軀哉 어찌 일곱 자의 몸에도 채우지 못하는가.



고사성어대사전에 의하면
口耳之學이란

입과 귀의 학문. 귀로 들은 것을 깊이 새겨 보지 않고
그대로 입으로 남에게 전하기만 할 뿐,
조금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학문을 비유하는 말이다.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마음에 붙어 온몸으로 퍼져서 행동으로 나타난다.

소곤소곤 말하고 단정하게 행동하니 한결같이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 사이는 네 치밖에 안 되는데,
어찌 일곱 자의 몸을 아름답게 하기에 족하겠는가?
君子之學, 入乎耳, 著乎心, 布乎四體, 形乎動靜 (군자지학 입호이 착호심 포호사체 형호동정).
端而言蝡而動, 一可以爲法則 (단이언난이동 일가이위법즉).
小人之學也, 入乎耳出乎口 (소인지학야 입호이출호구).
口耳之間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軀哉 (구이지간즉사촌이 갈족이미칠척구재)
(《순자(荀子) 〈권학(勸學)〉》)


귀로 들어갔다 입으로 나온다는 말에서 유래한 ‘구이지학’은
들은 것이나 배운 것을 깊이 새겨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데 쓰는 대신,
반추할 겨를도 없이 즉시 입으로 내보내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자랑하는 데 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구이지학의 소인은
남의 앞에서 아는 체하기를 좋아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을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맹자는 일찍이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서
“사람들의 병폐는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
(人之患, 在乎爲人師 (인지환 재호위인사.)”고 지적했던 것이다.

공자도 다음과 같이 ‘구이지학’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되받아 옮기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이다.
(孔子曰, 道聽塗說, 德之棄也 (공자왈 도청도설 덕지기야.)”
(《논어(論語) 〈양화(陽貨)〉》)(▶ 도청도설(道聽塗說) 참조)

용례를 보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 그들의 학문이 ‘구이지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기 바빠 배운 학문을 되새길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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