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送舊迎新]
殘臘風霜逐晩鐘 (잔랍풍상축만종)
한겨울 모진 바람과 서리는 저녁 종소리를 따라 흩어지고
舊年行客去無蹤 (구년행객거무종)
나그네 같던 묵은해는 자취도 없이 떠나가는구나.
罇前莫道蹉跎事 (존전막도차타사)
술잔 앞에서 지난날의 실수나 허송세월을 말하지 마라.
窓外新陽已嫩容 (창외신양이눈용)
창밖의 새 햇살은 이미 부드러운 얼굴로 다가와 있나니.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를 보내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며
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
< 뱀의 지혜가 가고, 말의 기운이 오다 >
을사(乙巳)년의 푸른 뱀은 영물(靈物)이라, 우리에게 탈피(脫皮)의 고통과 지혜를 가르쳤다. 묵은 껍질을 벗어던지는 과정이 어찌 아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딘 자만이 새로운 눈을 뜨는 법이다.
이제 다가오는 병오(丙午)년은 '적마(赤馬)'의 해다.
천간의 병(丙)도 불이요, 지지의 오(午)도 불이다.
그야말로 천지를 태울 듯한 양기 (陽氣)의 절정이다.
을사년에 응축했던 에너지가 이제 말의 근육처럼 터져 나올 형국이다.
송구영신이란 단순히 달력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습(習)을 을사년의 허물과 함께 태워버리고,
병오년의 불꽃 같은 기운을 빌려 내 운명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차 한 잔 마시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이 뜨거운 기운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 뱀이 남긴 발자국에 꽃이 피면 >
을사년 푸른 뱀이 눈 위를 기어가며
제 몸으로 새긴 길을 봅니다
발도 없이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시린 등 쓰다듬으며 이제 그만 보내줍니다
상처 없는 세월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흘린 눈물은 얼어붙어
병오년 아침 햇살에 눈부신 고드름이 되겠지요
붉은 말 한 마리 달려오는 소리 들리면
그대, 슬픔의 고삐를 풀고 잠시 웃으십시오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가장 붉듯
가장 뜨거운 말의 심장을 빌려
내년에는 우리 서로의 얼어붙은 손을 잡아줍시다
꽃은 지기 위해 피고
해는 지기 위해 뜨지만
우리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 새해를 맞이합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