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送舊迎新

甘冥堂 2025. 12. 19. 11:02

송구영신 [送舊迎新]

​殘臘風霜逐晩鐘 (잔랍풍상축만종)
한겨울 모진 바람과 서리는 저녁 종소리를 따라 흩어지고
​舊年行客去無蹤 (구년행객거무종)
나그네 같던 묵은해는 자취도 없이 떠나가는구나.
​罇前莫道蹉跎事 (존전막도차타사)
술잔 앞에서 지난날의 실수나 허송세월을 말하지 마라.
​窓外新陽已嫩容 (창외신양이눈용)
창밖의 새 햇살은 이미 부드러운 얼굴로 다가와 있나니.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를 보내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며
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

​< 뱀의 지혜가 가고, 말의 기운이 오다 >

​을사(乙巳)년의 푸른 뱀은 영물(靈物)이라, 우리에게 탈피(脫皮)의 고통과 지혜를 가르쳤다. 묵은 껍질을 벗어던지는 과정이 어찌 아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딘 자만이 새로운 눈을 뜨는 법이다.

​이제 다가오는 병오(丙午)년은 '적마(赤馬)'의 해다.
천간의 병(丙)도 불이요, 지지의 오(午)도 불이다.
그야말로 천지를 태울 듯한 양기 (陽氣)의 절정이다.
을사년에 응축했던 에너지가 이제 말의 근육처럼 터져 나올 형국이다.

​송구영신이란 단순히 달력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습(習)을 을사년의 허물과 함께 태워버리고,
병오년의 불꽃 같은 기운을 빌려 내 운명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차 한 잔 마시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이 뜨거운 기운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 뱀이 남긴 발자국에 꽃이 피면 >

​을사년 푸른 뱀이 눈 위를 기어가며
제 몸으로 새긴 길을 봅니다
발도 없이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시린 등 쓰다듬으며 이제 그만 보내줍니다

​상처 없는 세월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흘린 눈물은 얼어붙어
병오년 아침 햇살에 눈부신 고드름이 되겠지요

​붉은 말 한 마리 달려오는 소리 들리면
그대, 슬픔의 고삐를 풀고 잠시 웃으십시오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가장 붉듯
가장 뜨거운 말의 심장을 빌려
내년에는 우리 서로의 얼어붙은 손을 잡아줍시다

​꽃은 지기 위해 피고
해는 지기 위해 뜨지만
우리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 새해를 맞이합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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