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古意) / 丁若鏞
洌水流不息(열수류부식) 한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三角高無極(삼각고무극) 삼각산은 끝이 없이 높은데
河山有遷變(하산유천변) 강산이 바뀌고 변해도
朋淫破無日(붕음파무일) 당파짓는 무리들 깨부술 날이 없구나.
一夫作射工(일부작사공) 한 사람이 모함(중상모략)을 하면
衆喙遞傳驛(중훼체전역) 여러 입들이 너도나도 전파하여
詖邪旣得志(피사기득지) 간사한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
正直安所宅(정직안소택) 정직한 자는 어디에 발붙일 것인가
孤鸞羽毛弱(고란우모약) 봉황(鳳凰)은 원래 깃털이 약해
未堪受枳棘(미감수지극) 가시를 이겨낼 재간이 없기에
聊乘一帆風(료승일범풍)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을타고서
杳杳辭京國(묘묘사경국) 멀리멀리 서울을 떠나고 싶네.
放浪非敢慕(방랑비감모) 방랑이 좋아서는 아니로되
濡滯諒無益(유체량무익) 더 있어야 무익함을 알기 때문이고,
虎豹守天閽(호표수천혼) 대궐문은 포악한 자가 지키고 있으니
何繇達衷臆(하유달충억) 무슨 수로 나의 충정(忠情) 아뢰리.
古人有至訓(고인유지훈) 옛 성인 훌륭한 말씀에
鄕原德之賊(향원덕지적) 향원(鄕愿)은 덕(德)의 적(賊)이라고 했지.
한강수 쉼없이 흐르고,삼각산 아득히 높아라.
산하는 변할지언정, 소인의 붕당은 깨부술 날 없구나.
한 사람이 간악한 모의를 하면, 뭇 입들이 빠르게 전파하여.
편파스런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정직한 자 어디에 안주하랴.
외로운 난새는 깃털이 약해,가시덤불을 이겨 낼 수 없네.
짐짓 바람맞으며 돛배를 타고,멀리멀리 서울을 떠나리.
방랑을 사모해서가 아니라,머물러 봐야 무익하기 때문.
호랑이 표범이 대궐문 지키거늘,무슨 수로 충정을 아뢰랴.
옛 분의 지극한 교훈이 있지,향원은 덕의 적이라고.
이 시는 당파싸움 따위야 생각 할 수도 없이
어질고 착한 사람들만이 모여 살던 옛 세상이 너무 그리워서,
시의 제목을 ‘옛뜻(古意)’이라 붙였던 것으로 보이며,
정직한 신하보다 간사한 신하가 득세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시이다.
실제로 당파싸움에 희생되어 18년의 귀양 살이를 했던 다산은
간신(奸臣) 들의 비방(誹謗)을 못견뎌,
벼슬을 버리고 초야 (草野)에 은거(隱居) 하고자 했는데,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자연과 중상모략(中傷謀略)만 일삼는 무리들과의 대비를 통해
부정적 사회상을 비판했다.
이 시는 “강산도 바뀌건만 왜 인간의 못된 짓은 바뀔 줄 모르고,
예나 지금이나 당파싸움만 하느냐”며 탄식하면서
귀양살이 가기 직전에 다산이 지은 시인데,
마치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실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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