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옥산 육백마지기에 세워진 잡초공적비
풀 되리라 / 이생진 시인
풀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 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
풀 되리라
흙 가까이 살다
죽음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풀 가까이 살다
물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아버지 날 공부시켜
편한 사람 되어도
나 다시 공부해서
풀 되리라
春濃露重 地暖草生(춘농로중 지난초생)
봄이 짙어가니 이슬이 많아지고
땅이 풀리니 풀이 돋아난다.
아. 나이가 드니 이제 꽃이 보이기 시작하네.
遊山西村 / 陸放翁
산서마을을 노닐며
莫笑農家臘酒渾 농가에서 빚은 술이 탁하다고 비웃지 마라,
豐年留客足雞豚 풍년이 들어 손님을 맞을 닭과 돼지고기가 넉넉하니라.
山重水復疑無路 산이 겹겹이 둘러싸이고 물길이 막혀 길이 없는 듯하다가,
柳暗花明又一村 버드나무 그늘지고 꽃이 환히 피어 또 하나의 마을이 나타난다.
簫鼓追隨春社近 봄맞이 제사(春社)가 가까워져 피리와 북소리가 뒤따르고
衣冠簡樸古風存 옷차림은 소박하여 옛 풍속이 그대로 남아 있다.
從今若許閒乘月 이제부터 허락한다면 달빛을 벗 삼아 한가히 찾아와
拄杖無時夜叩門 지팡이를 짚고 때를 가리지 않고 밤에도 문을 두드리리라.
이 시에서
山重水復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柳暗花明又一村 (유암화명우일촌)
산은 첩첩, 물은 겹겹이라 길이 없는 듯했는데
버들잎 짙고, 꽃들 밝게 피어난 곳에 또 한 마을이 있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읇조리던 문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