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막장 드라마 종결판

甘冥堂 2012. 5. 15. 11:26

요즘 tv 연속극이 그 도를 넘었다. 몰래 남의 애를 가졌다는 것, 옛 애인과 계속 만나 정을 톨한다는 것. 유전자 감식이 남발되고, 한 집안에서 그 집 아들과 결혼한 옛 애인과 함께 살면서 음모를 꾸민다는 등, 동시에 현재의 부인과 옛 애인을 임신시키고, 돈에 환장한 야망가.  그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재벌집 딸을 유혹해서 그 집안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 한다는 것. 그 뻔한 막장도 이 정도면 더 이상 꾸릴 재간이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머리 좋고, 맨날 그 방면만 생각하는 극작가들은 뭔가의 얘기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어 독자들을 오염시킬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니, 앞으로 무슨 얘기가 더 만들어질지 상상이 안 간다. 그래서 이 모든 막장을 한방에 종결 지을 수 있는 결정판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막장은 한도 끝도 없이 만들어 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런 정도에 익숙해져 버린 극작가나, 방송국 사람들, 그리고 이미 그 맛에 절은 시청자들 때문이다. 그들은 더욱 더 자극적이고 인간이 할 짓이 아닌 어떤 것을 원하며 더욱 더 파괴적 막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지금부터 막장 종결판의 대강의 스토리를 엮어 본다. 너무 비도덕적이고 외설스럽다고 비난하지 마라. 차라리 외설스러움이 막장보다 순수할 수 있으니까.

 

정해진 패턴이 시작된다.

한 재벌집. 회장과 재취한 사모님, 망나니 아들, 두 딸이 살고 있으며 가정부와 중국산 사자개가 이 집 안팍을 무시로 돌며 집안을 지키고 있다. 역시 야심만만한 젊고 건장한 젊은이가 이집 큰딸을 유혹하여 결혼하는데 성공한다. 집이 넓으니 당연히 이층에 신혼 살림을 차린다.

 

여기서 부터 막장이 시작된다. 재취로 얻은 회장 사모님이 이 사위를 유혹한다. 이 사내는 못이기는체 그 유혹을 받아 들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사위는 그 처제를 넘본다. 드디어 그 처제도 접수한다. 엄청 행복하다. 집안의 모든 여자를 독차지 하였으니, 눈치챈 가정부도 어느날 강제로 추행한다.

 

한편 이 젊은이의 본가.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이곳 저일을 전전하며 아들 하나와 딸, 두 남매를 억척스레 키운 홀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그때까지 시집도 못간 친정 동생이 한 집에 같이 산다. 이 어머니는 과거 만큼이나 경력이 다체롭다. 한때 요정에서 만났던 회장님이 자기 아들의 장인이 될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그러나 우여 곡절 끝에 사돈지간이 된 것이다. 옛날 서로 깊은 정을 나누던 사이가, 사돈이 되어 만났어도 그 정을 끊을 수 없다. 드디어 다시 만나 밀회를 즐기게 된다.

 

그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늙은 노처녀인 동생. 작정을 하고 회장님을 유혹한다. 드디어 언니가 외출한 틈을 타서 마침 방문한 회장을 유혹하여 정을 통한다. 두 여자 형제는 서로의 관계를 눈치채고, 그럴수록 더욱 더 회장님을 독차지 하려고 파고 든다. 이집 딸이 눈치를 챘다. 회장님이 올 때마다 이집 딸에게 선물을 안기고 회장 비서실에 취직까지 시켜준다. 젊고 아릿따운 딸을 대하는 회장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드디어 딸을 해결하여 버린다.

 

회장집의 남자, 큰아들.

회장집 큰 아들은 당초부터 망나니로 떠돌며 부모 속을 썪인다. 멀쩡한 친 어머니를 내치고 새 엄마를 들인 아버지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 당연히 새 엄마도 미워한다. 새 엄마는 이 아들을 어떻게 하던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막대한 상속권 확보를 위해서다.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딸과 강제로 인연을 맺게하고는, 그도 여의치않자 스스로 큰 아들을 유혹하여 정을 통한다. 그러나 큰 아들의 망나니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안에서 발가벗고 부랄을 내 놓은체 돌아다니지 않나, 술에 취에 아무 방에 들어가 잠을 자지 않나. 반 미치광이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그를 따르는 사자개만이 큰 아들을 위로해 줄 뿐이다.

 

완전 얼키고 설킨 이 집안 식구들은 누가 누구의 아내인지, 누가 누구와 동서인지, 종잡을 수 조차 없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게 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었다. 그칠줄 모르는 막장의 집안에서도 그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큰딸이 임신을 했다. 모두들 축하를 해 주는 자리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던 새 엄마가 입덧을 한다. 쌍으로 집안의 경사가 겹친 듯 했다. 그 해가 다 갈 무렵. 작은 딸이 애기를 낳았다. 누구의 자식인지 오직 작은 딸만 알 뿐이다, 그리고 형부의 마음이 심하게 괴롭다.

 

사위집인 사돈집에서도 겹경사가 났다. 사위의 어머니가 임신을 하고 그 동생(이모)도 뒤이어 애기를 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애기를 낳았다. 한 집안에 이런 겹경사(?)가 일어나다니.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가정부가 드디어 죽을 결심을 하고 모든 사실들을 털어 놓으려고 한다. 사위가 이를 눈치챘다. 가정부를 죽이려고 할 때, 가정부가 절규한다. "내 뱃속에도 악마같은 너의 새끼가 숨쉬고 있다.!!"

가정부를 죽이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 사위는 절망하기 시작한다. 이집에 살고 있는 여자들의 배가 모두 남산만 해 졌다. 아니, 저것이 모두 누구의 씨앗이란 말이냐?

 

회장님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옛 애인인, 사위의 친 어머니는 어쩔 수 없더라도 늙은 여동생의 부풀어 오르는 배를 바라보며, 그리고 취직까지 시켜준 어여뿐 그집 딸까지 아기를 낳았으니 이를 어찌 수습해야 하나?

 

가정부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 회장님댁 망나니 큰 아들에게 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야 말았다.

망나니는 그날 이후 병든 닭처럼 온순해 졌다. 오직 사자개만을 더욱 더 아껴 줄 뿐이다.

화창한 봄날이 되니 사방에서 애기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새 엄마, 큰딸, 작은 딸, 가정부의 애기들이 우는 것이다.

사돈집에서도 마찬가지. 사위의 엄마, 이모, 여동생의 애기들이 모두 울어제끼니 집안이 시끄럽다. 애기 엄마들의 표정은 매우 곤혹스럽다.

 

망나니 큰 아들의 결심.

서해바다 외딴섬의 호화 별장. 요트가 몇 번에 걸쳐 사람들과 잔치에 쓸 물건들을 실어 나르고, 집안 곳곳에 오색등이 환하다. 회장댁의 모든 식구들, 사위집의 모든 식구들이 이 별장에 모였다. 가정부도 사자개 까지도 모두 모였다.

시작은 다소 들뜬 듯이 보였다. 간간히 웃음도 떠져 나오고, 애기들도 방긋 방긋 웃기도 한다.

잠시의 편안함. 그러나 깊은 적막과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어색함.

 

드디어 큰 아들이 일어나 파티를 주관한다.

부모 자매 그리고 애기들 모두 모여 참으로 행복하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오늘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즐겁고 재미있는 파티를 해야 한다. 술이 서너순배 돌았다. 취흥이 일기 시작하고, 조금씩 마음이 풀어진 상태로 흘러간다. 애기들은 가정부에게 맡겨 잠을 재우고, 조심스럽던 웃음소리가 점점 켜지고 있다.

 

다시 큰 아들이 제안을 한다.

고해성사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한 사람씩 일어나 지금의 애기가 누구의 자식인지 밝히라는 것이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긴장한다. 숨소리하나 없이 취흥이고 뭐고 사라졌다.

먼저 가정부가 일어나 난감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사위를 가르키며, 애기 아빠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작은 딸, 울먹이며 고개만 끄덕인다. 큰 딸은 그만 기절해 버리고 만다. 이윽고 시선이 새 엄마한테 모야졌다.

새엄마는 약간은 빈정되듯, 사위를 가르킨다. 사위는 말이 없다.

 

이윽고 사위집 본가의 차례. 딸이 고백한다. 회장님, 죄송해요.흐느낀다. 노처녀인 이모도 회장님... 어머니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다. 회장님 , 어떻하면 좋아... 당신의 사위인 내 아들이 사실은 당신의 아들이랍니다. 그리고 여기 이 아기 역시 당신의 아들이고요. 회장은 망연 자실한다. 아, 막장의 절정이여!

거푸 몇 잔의 독한 술을 마시더니 벌떡 일어섰다. 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책임진다.

 

이어서 사위가 일어난다. 책임 좋아 하네. 누가 누구를 책임진다는 거야? 웃기고 자빠졌네, 어이, 너. 처남! 아니지, 내 동생이지. 이거 멋지지 아니한가? 모두를 거느린 자의 희열. 너 같은 망나니가 이걸 알아? 

깃발은 아무나 꽂나?  이건 사나이의 자존이라고!!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아니지 회장님이 아니라  아버지지. 아버지 안그래요? 회장님. 어 이거 헷갈리네.

촛점 잃은 사위는 절규한다.

 

이를 바라보던 망나니 큰 아들.

별안간 서재에서 연발 장총을 꺼내더니 천정을 향해 발사한다. 그리고는 소리 친다.

여기 모인 악의 종자들아. 심판의 날이 왔다. 모두 옷을 벗어라. 험하게 명령한다.

회장님도 사위도 새엄마도. 어쩔줄을 모르며 옷을 몽땅 벗을 수 밖에 없다.서로가 서로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민망함을 넘어 절망한다.

 

망나니 아들은 침착하다. 조용히 사자개를 부른다. 그리고는 명령한다.

"저들을 심판하라.!"

순간 사자개의 두 눈에서 핏발이 서더니 사위에게 달려든다.

사위의 생식기를 사정없이 물어 뜯어 팽개친다. 사위의 사타구니에서 선혈이 낭자하며 그만 기절해 버리고 만다. 다시 고개를 든 사자개. 새 엄마를 행해 사정없이 돌진한다. 그 사타구니 역시 뭉개져 버리고 말았다.

다시 회장님에게로 돌진하던 사자개, 잠시 회장님의 질린 표정을 보더니 회장님의 생식기를 물어 버린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가 버린다. 회장님은 겨우 사타구니에 붙어 흔들거리는 생식기를 손에 잡고 "차리리 없애버리지..." 절망하며 쓰러진다.

 

동창이 훤하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날이 밝았다,

해경 순시선이 들이 닥쳤다. 바다에 뛰어든 망나니 아들과 사자개의 사체를 들고 확인하러 온 것이다. 이어 회장님과 사위. 그리고  새 엄마의 시신을 싣기 위해 병원 헬기가 도착하였다. 풀로펠러 굉음이 온 섬을 들썩이며, 이윽고 미쳐버린 큰딸의 웃음소리를 뒤로하며 막장극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

이거, 이대로 발표했다가는 선량한 미풍양속에 위배되고,..성 도착증 환자라고 비난 받지나 않을까?

또 음란물에 걸리는 거 아냐?

아무리 막장이라고는 하지만 좀 심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