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윤달의 해에 조상님들의 산소를 이장하였다.
증조 할아버님 할머님 산소와, 동상 할아버님, 할머님이 영면하고 계신 산소.
물론 합장하여 두 기의 묘소지만, 같은 날 모시지 못하고, 각기 다른 날 모시게 되었다.
선산에 계신 증조 할아버지 묘소는 화정에서 서울 신사동으로 도로 계획이 시행중에 있어 부득이하게 옮겨드려야 했고,
할아버지 산소는 그 산소가 계신 임야가 다른 이의 손을 거치면서 형질이 변경되고 주변환경이 엉망이 되어 더 이상 모실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장하면서, 못난 후손들이 조상을 양지바른 곳에 따뜻이 모시지 못하고 험한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되어 죄스럽고, 민망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들이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모두 조상님의 음덕이 아니겠는가?
남의 땅에 모셔져 언젠가는 옮겨 드리려는 마음에, 또 도로가 난다니, 어쩔수 없이 이장하여야 된다는 생각에 작년에 이어 금년 봄에 관리를 소홀히 하였더니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장을 도와 준 고향 동네 형에게 한마디 들었다. "산소가 이게 뭐냐? 전에는 봉분도 크고 잔디도 많아 참 좋았었는데.."
무사히 산일을 끝내고 산골을 해 드리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그 인사말이 그 상황에서 맞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계속 "안녕히 계세요"를 연발했다.
이제, 그야말로 영원히 뵙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명절때나 혹 불현듯 생각이 날 때면 한번 찾아가 뵈려 해도 이젠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도,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 산소도, 아무것도 없다. 이 나이에 천애의 고아가 된 느낌이다.
어느날엔가는 나 또한 이렇게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겠지.
荘子將死 弟子欲厚葬之 荘子曰 吾以天地為棺槨 以日月為連璧... 何以加此.
弟子曰 吾恐烏鳶之食夫子也.
荘子曰 在上為烏鳶食 在下為蝼蟻食 奪彼與此 何其偏也.
以不平平 其平也不平...而愚者恃其所見入於人 其功外也 不亦悲乎.
장자가 장차 죽게 되었을 때, 제자들이 그를 후하게 장례 지내려 하였다.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천지를 관곽으로 삼고, 일월을 줄줄이 이은 옥으로 삼으며,.. 무엇을 여기에 덧붙이려는가?”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님을 먹을까 걱정됩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땅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에게 먹히고, 땅 아래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먹힌다. 저들에게 빼앗아서 이들에게 주는 것이니, 어찌 그다지도 편벽되었는가?
공평하지 않음으로 공평을 삼으니, 그 공평도 공평하지 않게 되고...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이 본 것을 믿어서 속세 사람들의 일 (人間事)에 빠져 들어가지만, 그 공력은 외양만을 좇은 것이니 또한 슬프지 않겠는가?” 莊子ㆍ外篇 「列禦寇」
좌청룡 우백호 좋은 터에 조상님을 모시지 못하고, 기껏해야 이 따위 고사를 들어 위안을 삼으려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삼가 조상님께 용서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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