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고향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뭐하고 지내?
응, 일주일에 두어 번은 종로3가 파고다 공원에 가서 놀고, 두어 번은 서오능에 가서 한 잠씩 자다가 오고..
주말에는 자식들이 오니까 집에서 지내고. 뭐, 그렇지 뭐...
술 한 잔 얼큰하니, 고향이 그립다고, 사는 게 외롭다고 훌쩍인다.
미친 놈. 마누라가 없냐 자식이 없냐? 외롭긴 뭐가 외롭냐? 주접떨지 말고...술이나 마셔.
넌, 어떻게 지내세요?
녜, 그냥 이것 저것 하며 지냅니다.
뭔 이것 저것?
뭘 자세히 알려고 그러세요? 그냥 대강 지내고 있습지요.
만나면 이런 류의 인사를 하곤 한다.
오늘 하루 뭘하며 보내나? 최소한 그런 걱정은 없다. 할 일이 태산 같으니까.
무얼 먼저 시작하지? 그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게 헷갈릴 뿐이다.
지난 주에 한 일들.
시청에가서 서류 신청하는 일. 동 사무소 일. 한전과 관련 된 일. 농장 일. 집 뒤안 배수관 묻고 마사토 깔기.
침상 만들고 온도조절기 연결. 창고내 수도 및 하수도 연결. 가스업자와 실랑이. 상수도 연결하기. 종합소득세 신고 준비. 친구들과 1박2일 여행. 틈틈히 책도 좀 읽고...이런 것들이 요새 한 일들이다. 별로 한가할 틈이 없다. 아, 오늘은 오리 삶아 먹기로 했지?
그 사이 틈틈히 친구들 만나 술 마시는 일, 맹자 공부 끝나고 한 잔 마시는 일도 소중한 일과의 하나다..
저녁 식사후 공원에 가서 손주 봐 주는 일도 추가된 일이다.
지금 지내고 있는 세월이 과연 어떤 삶의 유형인지. 문득 궁금해 지기도 한다.
테네시 윌리암스라는 사람은 행운을 부르는 여덟가지 방법을 말했다.
꼭집어 행운이라고 까지야 할 것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한 것일게다.
하나: 불행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마라.
둘 : 진심만을 말하라.
셋 : 똑똑한 척하지 말라.
넷 : 당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우선 감사하라.
다섯 : 단정하게 차려 입어라.
여섯 : 인내심을 가져라.
일곱 : 질투심을 반드시 버려라.
여덟 : 마음을 편히 가져라.
모두가 새겨 듣고 그대로 행동하면 나쁠 게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응, 그건 그래" 하면서도 자기의 습관에 매어, 잘못을 고치려 하지도 않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누가 그걸 몰라?
발전이 없는 것이다. 나 자신도 그렇다.
어찌 진심만을 말 할 수 있는가? 억지도 부리고 헛튼소리도 하고, 구라도 친다.
똑똑한 척도 엄청한다. 남의 말 가로채서 내 말만 하려한다.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체 한다.
단정하지도 않다. 아무거나 걸치고 다닌다. 머리 수염이 제 멋대로 흩어져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깎으라해도 막무가내다.
나이들어 인내심도 점점 엷어지는 것 같다. 맘에 들지 않으면 소리부터 지른다.
마음을 편히 가지려 애는 쓴다. 욕심과 집착을 내려 놓아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덟가지 중에 하나도 제대로 실천되는 게 없다.
이래가지고야 어디 '행운을 부르며' 살 수 있겠나?
위의 방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를 실천하라는 게 아닐까?
인도의 어떤 요가승이 그런 말을 했다는데...
며칠전 만난, 베트남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목사님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러려니 하고 살아라. 그렇게 편하게 마음 먹고 살다가 일이 닥치면, 그냥 그러려니 대처하고..."
목사님 말이 좀 억지도 있지만, 그렇게 맘 편히 살고 싶다.
모처럼의 사월 초파일 연휴다.
절에는 초하루 날 미리 다녀 왔다.
"얼굴 좋아지셨어요" 덕담 한 마디 들었다.
일년에 딱 한 번 뵙는 주지 스님과 차 한잔 마시고 나니, 올해도 벌써 반쯤 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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