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먹는 얘기

물의 도시 항주, 그리고 주가각

甘冥堂 2012. 7. 14. 03:08

항주를 일러 물과 전설의 고장이라고 한다.

7,8 년만에 다시 찾은 항주 시내는 몰라보리 만큼 변해 버렸지만, 서호의 모습은 그대로인 듯 했다.

아름다운 풍광.

 

찌는 듯한 더위에 뱃전에 앉아있기 조차도 힘든 무더위, 

간간히 불어오는 강바람도 습기를 머금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서호를 지켜보는 소동파 동상

宋나라의 최고의 문호. 그가 이곳 항주에 관리로 있을때, 서호를 가로지르는 뚝을 쌓아 주민들이 남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정을 폈다 한다. 그 뚝을 蘇堤(소제)라고 하며, 지금도 이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서호를 즐긴다.

 

그는 또 음식도 개발했다. 東坡肉(동파육). 돼지고기를 항아리에 넣어 물렁물렁할 정도로 삶아 낸 음식. 

많은 주민들에게 골고루 한 점이라도 먹게 하려고 고안해 낸  조리 방법이라고 한다.

중국 특유의 냄새가 물씬나는 이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호수 건너편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항주 시내가 멀리 보인다.

 

湖心亭

호수 가운데 조그마한 섬이 있고, 그 섬에 호심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섣달 한 겨울.

눈 내리는 야심한 밤에 사공 불러 노 젓게 해 호심정에 오르니,

이미 그곳에는 여행객 둘이 마주 앉아 동자시켜 술을 끓이고 있었다.

반갑게 맞이하며 한 잔하는 정경도 나오는데,

 

그 사공이 중얼거리기를 "주인더러 멍청하다 하지 마라. 그 보다 더 한 자들이 있으니..."하는 글이다 .

오밤중에 눈 구경하려고 사공을 부려먹는 주인이나, 그 시간에 호심정 정자에서 술을 데우고 있는 나그네나,

사공이 보기에는 모두 정신 나간 미친(?)자들이 아닌가?

 

明末 張岱(장대)라는 사람이 쓴 '湖心亭看雪(호심정간설)' 이라는 소품의 내용이다.

 

높은 사람들만 탄다는 멋진 유람선.

 

이 지방의 또 다른 유명한 음식. 거지닭.

옛날, 어느 거지가 닭을 얻었는데 요리 방법을 몰라, 닭을

서호에 흔한 연잎과 진흙으로 겉을 발라 모닥불에 구어 먹었다는데서 유래한 거지닭.

 

밥상에 나온 거지닭은 연잎도, 진흙도 아닌 비닐이었다.

맛인들 옳게 나겠는가?

 

항주를 흐르는 전단강. 중국의 5대강의 하나.

이 강의 퇴적작용으로 인해 서호가 생긴 것이라고.

 

항주의 유명한 차. 龍井茶(용정차) 농장.

 

근래 새로 제작되었다는 吳越千古情(오월천고정)이라는 극.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구천의 신하였던 범려와 그의 애인이었다는 서시와의 사랑과,

월나라 범려의 미인계로 서시를 오나라의 부차에게 시집보내, 부차로 하여금 색에 빠져 나라의 정사를 돌보지 않게 만들어,

드디어 오나라를 멸망시켰다는, 그런 줄거리.

 

항주 일대가 예전의 월나라 영토였으며 산 하나 사이로 오나라와 접경하였다

오월동주, 와신상담이니 하는 고서성어가 만들어진 역사극을 발레, 서커스.영상등을 섞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극 중간에 한국 관관객을 위하여 아리랑, 장고춤이 나오는 등, 완전히 상업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극이다.

 

이 극의 주인공 서시는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이다.

서시가 서호 호수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으려니,

서호의 물고기들이 서시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나머지 지느러미질을 멈추어 그만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시를 일컬어 沈魚(침어) 西施라고 했다고.

...

주가각.

상해 변두리에는 많은 운하가 있다.

수나라의 문제가 양자강 이남의 물자를 북경으로 운반하기 위하여,  양자강에서 황하에 이르는 대운하를 파기 시작하였다.

당시 고구려와의 전쟁에 소용되는 전쟁물자 수송이 목적이었다고. 지금도 중국사람들은 수 문제를 아주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장강 이남에는 수로가 많이 발달하였는데,

주가각이라는 이곳도 그런 운하를 곁에 끼고 형성된 마을 중 하나다.

 

 

마을의 옛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주가각의 좁은 골목길에서 조각에 열중인 장인.

이런 분들이 전통을 이어가는 숨은 유공자들이 아닌가 싶다. 

 

물가에 앉아 차 한잔 앞에 놓고 신문을 읽고 있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 골목에 프랑스 청년이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당신이 주인이냐 물으니 유창한 중국어로 그렇다고 하면서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과연 젊은이 답다.

중국 상해의 변두리, 사람 두어명 지나치기에도 좁은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

그 밝은 웃음에 차도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쫒기듯 떠나야하는 이 여행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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