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열기도 서서히 끝나간다.
계획했던 중국 여행도 그런대로 잘 마치고, 가족들과의 여름 휴가도 대충 끝냈다.
지난 달 25일 부터 오늘 17일까지 무려 25일을 정신없이 보냈다.
중국 오지 여행은 다소 힘에 부쳤다. 고산증세로 얼굴이 퉁퉁부어 다녔고, 나중에는 지쳐서 이제 그만 돌아가고픈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내 좋아서 하는 일에 '이제 그만'하는 생각이 드는 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 여행은 고산증세로 많이 고생했다. 그리고 주당들과 어울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많은 량의 술을 밤 늦도록 마셔야 했고, 다음날은 땀흘리고 지치고....
눈이 퉁퉁 부었다. 밤 늦도록 길가에서 꼬치구이에 바이주를 마신다.
그간 마신 술도 종류별로 십여 가지. 맥주, 바이주, 집에서 담근 알 수 없는 이름의 술 등등. 量으로도 내 평소 주량을 훨씬 넘는 것이었다.
그래도 마다않고 같이 어울려준 동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데 과연 그런 것을 실감한다.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배려해준 이들에게 고마울뿐이다. 고산 증세로 고생할 때 그 귀한(?) 비아그라를 선뜻 내 준 일행들...승차시에도 앞 자리를 서로 양보하고. 중간에 헤여질 때의 섭섭해 하는 모습들...
이제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을 느꼈다. 모든 힘은, 또 모든 성인병은 다리, 특히 허벅지에서 온다는 말도 들었다. 같이 여행한 전문의의 말이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다리 근육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음주량도 일 주일에 2번 이내로 줄이고. 쓸데없이 몸을 축낼 필요는 없다.
세상은 넓고 의외의 사람들로 넘친다. 내딴에 나도 여행 좀 한다했는데, 내 정도는 어림없는 것이었다. 수십 년간을, 수십 개국을, 전 세계를 돌아다닌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놀랐다. 그들 앞에서 감히 '여행이란..' 하며 주접을 떨었다가는 망신을 당할 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그 나름대로 인정해 주고 동감해 주어야 한다. 내 기준과 다르다며 백안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들과 보름 가까이 어울려 다니면서 내 자신 더욱 겸손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들 내외와 손녀들을 데리고 동해안을 갔다. 해마다 가는 곳이지만, 올해같은 무더위에 밤새 땀 뻘뻘 흘려보긴 처음이다. 비가 오지 않아 계곡물도 탁해지고 수량도 줄었다. 바다에서 계곡에서, 또 삼척에 가서 레일바이크를 타며, 동굴여행을 하며 손녀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믓했다. 아들 내외가 서울로 올라가는 날, 동생 가족들이 내려와 또 같이 며칠을 묵었다. 모처럼 내려와 즐거워하니 나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기회를 자주 못 갖는 게 안타까울뿐이다.
근 25일 동안 세상과 담 쌓듯, 전화도 꺼 놓고 지냈다. 뉴스는 가끔 태블릿 pc로 보고.... 세상 편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농사일도 해야하고, 친구들. 지인들과 어우러져 뒹굴어야 한다. 그렇게 사는 거다.
Summer fever.
나에게 있어 이번 여름은 열기, 몸살로 들뜬 그런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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