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먹는 얘기

여행 준비

甘冥堂 2013. 7. 24. 23:16

여름 장마로는 최장 기록이라는, 40 여일을 끌던 장마가 오늘 아침부터 개이기 시작한다.

새벽녘에 비바람 몰아치니, 혹시 비닐하우스나 농작물이 다 쓰러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일찌감치 밭에 가 봤더니 별 이상은 없는 것 같고. 한 바퀴 둘러보고는 동생이, 질퍽이는 오이 밭에서 노각과 채 익지도 않은 토마토를 따주어서 가지고 왔다 

 

아침에 일어나 별 생각 없이 오른손으로 무언가 집으려고 하니 뜨끔하길레 아무 생각 없이 양치질을 하고 났더니 오른쪽 어깨가 뜨끔뜨끔 한다. 이건 또 뭔 일인가? 께름칙하여 밭에 갔다 오는 길에 장 선교사 건강원에 가서 사혈을 했다 

 

내일 새벽에 중국으로 출국하는데 다행히 날씨가 개어서 다행이고, 현지 쓰촨 성의 날씨도 좋아지길 바란다. 잘 되겠지 뭐. 

여행을 앞두고 기분이 설렌다는 가하는 즐거움보다는, 잘 다녀와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웬일인가? 마누라를 안 데리고 가서 그런 것인가? 

 

친구들이 왜 하필이면 그런 험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느냐? 물난리에 지진에....배낭지고 말 타고 산에서 야영하고. 그 무슨 짓이냐? 걱정을 한다. 이런 여행도 올해나 내년 밖에 시간이 없다. 그 이후에는 가고 싶어도 못 갈 게 아닌가? 젊은이들과 함께 가는데 짐이 된다면 그도 못할 짓이지. 내 그래서 가는 거다. 모두들 씁쓰레한 표정으로 동감을 표한다. 세월이 그렇게 가는 거다 

 

마음부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네팔, 인도도 더 늦기 전에 갔다 와야지.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지역은 또 언제 가야 하나? 아직 아시아 국가들도 다 못 돌았는데……. 그야말로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없다. 한편으론 아직은 까딱없어 하면서도 그건 내 생각일 뿐, 주위에서는 전혀 그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나 혼자 잘난 체 하는 것이 아닌가 

 

마누라 말마따나, 이젠 품위 좀 지키면서 점잖게 트렁크 여행을 해야지, 머리 허옇게 해 가지고 배낭 지고, 버스나 기차 타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잠 자고……. 그건 좀 쪽 팔리는 게 아니냐? 그렇기도 하다마는, 그게 마음이 편하고 좋은 걸 어쩌겠나 

 

배낭을 꾸려 놓고도 뭐 좀 빼 버릴 것은 없나 궁리한다. 산에서 입을 겨울옷을 준비하려니 자연이 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번 입고 버릴까 하면서도, 그래도 잠시 동안이라도 내 몸을 감싸주던 것인데, 함부로 버리기도 싫고. 그건 그 물건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고……. 차라리 무거운 카메라를 빼 버리자. 카메라 그 자체 무게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우니, 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가자. 어차피 마음에 담아오는 건데, 사진의 질이 좀 떨어진들 뭐 어떤가?

     

얼추 준비는 끝났다. 마누라와 집 앞 생맥주 집에 가서 간단히 한 쪼끼하는 것으로 송별식도 끝냈다. 내일 아침 5시 반 집을 나서면 보름 뒤에나 오는데……. 成都. 두보 초당. 무후사. 망강루 공원의 설도. 쓰꾸냥 산. 아미산. 낙산 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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