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의 비극
박쥐는 중국에서 ‘볜푸(蝙蝠)’라 부른다.
‘푸(蝠)’가 복(福)의 중국어 발음 ‘푸’와 같아 박쥐 모양의 상징물은 행복을 의미한다.
특히 ‘볜푸(蝙蝠)’는 ‘복을 널리 퍼뜨린다’는 ‘볜푸(遍福)’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런 ‘볜푸’가 2020년 새해 중국을 상갓집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가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1
박쥐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이뇨작용을 해 부기를 빼고 간을 보호해 눈을 밝게 한다고 한다.
송(宋)대 시인이자 미식가였던 소식(蘇軾)의 시에도 “박쥐를 끓인다(燒蝙蝠)”는 대목이 나온다.
聞子由瘦 (문자유수)
동생이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五日一見花豬肉 (오일일견화저육) 오일에 한번 꽃돼지고기를 보고
十日一遇黃雞粥 (십일일우황계죽) 열흘에 한번 누런닭죽을 만나네
土人頓頓食署芋 (토인돈돈식서우) 토박이들은 편히 토란을 먹으면서
薦以薰鼠燒蝙蝠 (천이훈서소편복) 쥐 훈제와 박쥐 구이를 권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武漢)의 화난(華南) 수산시장의
한 야생동물 판매상의 메뉴판이 중국인들의 야생동물 식습관을 대변해 준다.
‘대중(大衆)목축야생동물’이란 가게의 메뉴판에는
공작, 지네, 타조발바닥, 타조 알을 비롯해
낙타, 낙타발바닥, 낙타 봉, 전갈, 메뚜기,
코알라, 여우, 새끼늑대, 고슴도치를 닮은 호저(豪猪),
사향고양이, 사향 쥐, 캥거루, 녹용, 사슴생식기,
새끼악어, 악어꼬리, 악어 혀 ...
42종 동물 112가지의 기상천외한 ‘먹거리’들이 망라돼 있다.
판매 가격은 사슴 한 마리에 6000위안(약 101만원), 타조 4000위안(67만5200원) 등이다.
메뉴판 아래에는
“산 채로 현장에서 도살, 얼음 냉동, 문 앞 배달, 장거리 위탁 배송”이라는 문구를 넣어 신선함을 과시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네티즌은
“코알라까지 먹는 걸 보니 중국인이 못 먹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탄식했다.
- 중앙일보 2020.1.29.차이나인사이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