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感 / 安鼎福
團土作糕戱小兒 (단토작고희소아) 흙덩이 뭉쳐 떡 만들어 소꿉 노는 아이들
爭來爭去髮相持 (쟁래쟁거발상지) 앞다투어 몰려다니며 머리채를 잡아 뜯네
宦塗傾奪曾何異 (환도경탈증하이) 벼슬판 난장 다툼 이와 다를 게 무에랴
捨命捐身不自知 (사명연신부자지) 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를 못하누나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 권1 「감회가 있어[有感]」 제1수
이 시를 지은 안정복은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학통을 이어 經世致用의 실용적 학문을 모색하였으며
특히 사학(史學) 방면에서 출중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미관말직을 잠시 맡았을 뿐 자신의 뜻과 사상을 실제 정치에 적용하여 펼쳐보지 못하고서
투철하고 순수한 학자의 일생을 살다가 세상을 마쳤다.
경세치용을 중시하고 실제적인 학문을 하던 안정복이 볼 때
벼슬판의 권력 다툼이란 것은
그저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 무슨 인민의 복지가 있으며 사회의 안녕이 있었던가.
설혹 입으로 그것을 떠든다고 해도 그 안에 무슨 실질이 있었겠는가.
제 것이 아닌 허깨비 같은 것을 두고 다투며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멈추지 않는 정치판을 냉소하면서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학문을 닦고 후대에 남길 저술을 써 내려갔을 따름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찌 나쁜 것이겠는가.
그것은 사회 체제가 만들어 낸 불가피한 권한이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계약의 산물이다.
권력의 본질을 투철히 이해하고 그 행사에 전념한다면
흙떡을 다투다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을 터인데,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 앞에 투철하며 정진한 이들이 얼마나 되는가.
이 두려운 일 앞에 그저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추구하고 섣부른 공명심으로 발끈하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어리석은 짓이 언제나 멈춰지려는가.
혹 멈출 수 없거든 천벌이 무섭지 않겠는가.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일이다.
(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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