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석 당시삼백수

103. 天末懷李白 / 杜甫

甘冥堂 2023. 4. 13. 10:56

103. 天末懷李白 / 杜甫

       하늘 끝에서 이백을 생각하며

 

凉風起天末 (양풍기천말) 서늘한 바람은 하늘가에 이는데

君子意如何 (군자의여하) 선생께선 마음이 어떠하신가.

鴻雁几時到 (홍안기시도) 기러기는 어느 때나 오는가

江湖秋水多 (강호추수다) 강과 호수에 가을 물 불어나는데.

文章憎命達 (문장증명달) 문장은 운명이 트이는 걸 싫어하고

魑魅喜人過 (이매희인과) 도깨비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應共寃魂語 (응공원혼어) 응당 굴원의 원혼과 말하고파

投詩弔汨羅 (투시조멱라) 시를 던져 멱라강에 조문하겠지.

 

 

이 시는 건원2(759) 秦州에 임시로 살던 때 지은 것이다. 진주 지역은 변새 지방이라 天末이라 칭했다.

두보는 이백이 유배되어 유랑하는 줄 알았으나, 이백이 이미 방면되어 돌아간 것을 알지 못했다.

 

天末(천말)하늘가. 君子이백을 말한다. 鴻雁(홍안)목소리로 전하는 소식을 비유한다.

文章憎命達이 구절은, 좋은 문장은 모두 命運(명운)이 간난에 처했을 때 비로소 나온다.

魑魅(치매)도깨비 치. 도깨비 매. 이매라고도 한다. 사람을 해치는 도깨비. 이 구절은 도깨비가 당신을 잡아먹는 것을

경계해라. , 이백이 소인배들의 음해를 조심해야 한다.

寃魂(원혼)원망을 품은 혼백. 굴원을 가리킨다. 굴원은 죄가 없음에도 쫓겨나 멱라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백이 유배된 것도 굴원의 경우와 비슷하니, 죽은 자와 더불어 공동의 말을 할 수 있다.

汨羅(내 이름 멱. 빠질 골. 그물 라)멱라강. 지금 호남성 상음현이다. 굴원이 투신자살한 곳으로

은 이백이 동정호 부근을 지나가면서 취할 행동을 상상한 것이다.

 

 

해설

이백은 지덕 2(757)永王의 죄와 연루되어 유배되어 유랑하던 중 무산에 이르렀을 때 사면되어 돌아가게 되었다.

두보는 건원 2(759)에 이 시를 지었는데 이백을 그리워하며, 그가 멱라강을 통과한 것을 예상치도 못하고,

굴원으로 그것을 비유했다. 사실 이때 이백은 이미 사면되어 동정호에서 배를 띄우고 있었다.

 

1~4구에서는 유배를 떠난 이백에 대한 걱정과 소식조차 주고받을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섯 자밖에 안 되는 짧은 구절 속에 전체의 시상을 압축하고 있으니

서늘한 바람(凉風)은 첫 구절뿐만 아니라 전체의 시의를 지배하는 비애의 정감을 일으키고 있고

하늘 끝(天末)‘은 머나먼 곳에 있는 이백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고 있어 자연스럽게 다음 구절의 물음과 이어진다.

 

5~6구는 싫어함()과 좋아함()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두 구절이 다 재주 있는 사람이 발붙일 곳 없는

불합리한 현실을 풍자했고

 마지막 구는 세상에 알아주는 이 하나도 없으니 이미 고인이 된 굴원하고나 동병상련하고 싶은 심정일 것임을 상상했다. 한 뱆힌 혼백으로 떠다닐 굴원과 대화하고자 시를 지어 주었을 것이라는 허구적 상상은

운명이 트이는 걸 싫어함(憎命達)’ ‘사람이 지나가는 걸 좋아함(喜人過)이라는 현실과 대비를 이루며

1구의 하늘 끝과 함께 깊은 고독과 슬픔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서늘한 바람에 친구가 생각 나, 가을 기러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문인들은 서로를 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말로는 서로 비슷하니, 다만 종이 위에서 생생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