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乾坤容我靜;名利任人忙。
(건곤용아정 명리임인망)
하늘과 땅은 나의 고요함을 품어 주고, 명예와 이익은 남들이 바쁘게 쫓도록 맡겨 두리라.
이 문장은 근대의 승려이자 시인인 수만수(蘇曼殊)가 지은 대련(對聯)으로,
중국 푸퉈산(普陀山) 혜제사(慧济寺)에 걸려 있던 글이다.
본래 불교적 선(禪)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리(名利)를 초월하고
마음의 고요를 추구하는 뜻을 담고 있다.
사상적 배경: 불교 선종의 청정·안심 사상과, 송대 고승 영명연수(永明延壽)의 산거시(山居詩) 및
백거이(白居易)의 시구와도 맥을 같이 함.
蘇曼殊(수만수)의 대표작 중 하나는 「本事詩·春雨樓頭尺八簫」.
이 시는 그의 불교적 은일(隱逸) 정서와 유랑의 삶을 잘 보여주며,
중국과 일본을 오가던 그의 생애적 배경이 담겨 있다.
📖 원문
春雨樓頭尺八簫 봄비 내리는 누각 위에서 피리 소리 들리는데,
何時歸看浙江潮 언제나 돌아가 절강의 물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芒鞋破鉢無人識 짚신에 깨진 바리때를 알아주는 이 없고,
踏過櫻花第幾橋 벚꽃 밟으며 지나온 다리는 몇 개나 되었던가.
해설
•유랑의 정서: 절강(浙江)의 조류를 그리워하며, 떠돌이 승려로서 고향과 안식을 찾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
• 불교적 색채: 짚신과 바리때는 수행자의 상징으로, 세속의 인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드러냄.
• 동서 교류의 흔적: 벚꽃과 피리(尺八)는 일본적 요소로, 그의 일본 혈통과 유학 경험이
시 속에 녹아 있음.
蘇曼殊의 시는 대체로 청아하면서도 애수 어린 정조가 강하며, 불교적 초월과
인간적 고독이 동시에 담겨 있다.
• 乾坤容我靜 → 하늘과 땅은 나의 고요함을 품어 주고,
• 名利任人忙 → 명예와 이익은 남들이 바쁘게 쫓도록 맡겨 두리라.
의미
• 내적 평온: 광대한 천지 속에서 자신은 고요히 머물며, 세속의 번잡함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태도.
• 명리 초월: 명예와 이익을 좇는 것은 남에게 맡기고, 자신은 초연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
• 불교적 색채: 선종에서 강조하는 심적 청정과 무소유의 정신을 잘 드러냄.
요약하면, 이 글은 “세속의 명리(名利)를 버리고, 천지 속에서 고요히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대련으로, 불교적 수행과 문인적 은일(隱逸) 정신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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