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술에 취해

甘冥堂 2026. 2. 4. 19:13

醉里且貪歡笑 (취리차탐환소)  술에 취해 그저 즐겁게 웃는 것만 탐할 뿐,

要愁那得工夫 (요수나득공부)  근심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近來始覺古人書 (근래시각고인서)  요즘에 와서야 옛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니,

信著全無是處 (신저전무시처)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구석이 전혀 없구나.

昨夜松邊醉倒 (작야송변취도)  어젯밤에는 소나무 곁에서 취해 쓰러져,

問松我醉何如 (문송아취여하)  소나무에게 묻기를 “내가 지금 얼마나 취했느냐?” 하였더니,

只疑松動要來扶(지의송동요래부)  소나무가 흔들리며 나를 부축하려는 줄 알았는데,

以手推松曰去 (이수추송왈거)  손으로 밀치며 말하길 “가라, 가!” 하였네.


醉里且貪歡笑 (취리차탐환소)
이 문장은 남송 시대의 유명한 시인 신기질(辛棄疾)의 작품 《서강월·견흥(西江月·遣興)》에서 유래했습니다.
단순히 술에 취했다는 의미를 넘어, 달관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인생의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해당 구절의 전체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醉里且貪歡笑,要愁那得工夫。」
(취한 중에 우선 기쁘게 웃으려 하노니, 근심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이 구절이 오늘날까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성인들의 세계에서 일종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탐하다(且貪)」의 고집: 여기서 '탐할 탐(貪)'자가 절묘합니다. 비굴하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이루지 못한 뜻을 깨달은 뒤
잠시 고통을 끊어내고 눈앞의 즐거움을 꽉 붙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불안 거부: 다음 구절인 '근심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가 백미입니다. 걱정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즐거워하느라 바빠서 근심에 내어줄 시간이 없다는 뜻이죠.
이는 매우 힘 있는 자기 치유의 방식입니다.

​시대적 배경: 신기질은 남송의 애국 장령으로서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 평생 노력했지만,
조정에서 배척당했습니다.
겉으로는 소탈하고 자조적인 글을 썼지만,
그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과 비량이 숨겨져 있습니다.


​📖 원문 감상
​《서강월·견흥(西江月·遣興)》

​醉里且貪歡笑,要愁那得工夫。 (취한 중에 우선 웃으려 하니, 근심할 겨를이 어디 있으랴.)
近來始覺古人書,信著全無是處。 (근래에 들어서야 깨달았네, 옛 성현의 책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昨夜松邊醉倒,問松「我醉何如」。 (어젯밤 소나무 곁에 취해 쓰러져, 나무에게 묻기를 "나 취한 게 어떠하냐.")

只疑松動要來扶,以手推松曰「去」! (소나무가 움직여 나를 부축하려는 줄 알고, 손으로 밀치며 말했네 "가거라!")

​이 시는 술에 취해 소나무와 "말다툼"을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지만,
그 웃음 끝에 왠지 모를 짠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望廬山瀑布  (0) 2026.01.31
霜月(상월) / 李商隱  (1) 2026.01.30
유우석(劉禹錫)의 浪淘沙  (0) 2026.01.27
正氣歌 / 文天祥  (0) 2026.01.25
春風  (1)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