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설날아침 歲酒

甘冥堂 2026. 2. 17. 20:44

​"갑진년의 기운을 다스리는 영혼의 묘약"
​조선 선비들에게 설날 아침의 세주(歲酒)는 단순히 취하자고 마시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 육신에 다시금 양기(陽氣)를 불어넣는 의식이었다.

​명리학적으로 보아도 정월(正月)은 인월(寅月)이라, 차가운 대지 밑에서 호랑이의 기운이 꿈틀대는 시기다.
이때 마시는 한 잔의 찬 술은 몸속의 삿된 기운을 몰아내고 맑은 정신을 깨운다 하여 ‘도소주(屠蘇酒)’라 불렀다.
산천의 정기를 머금은 약재를 술병에 담아 우물 속에 넣어두었다가
설날 아침 온 가족이 나누어 마시는 그 뒷모습을 상상해 보라.
​강호의 고수들은 안다. 술 한 잔에 담긴 것은 발효의 미학이 아니라, 기다림의 철학이다.
올 한 해, 세상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한 잔 술로 복부의 단전을 데우고 나면, 비로소 세상의 이치가 선명해지는 법이다.




​"웃음 한 스푼, 복 한 사발! 건배~"
​여러분, 설날입니다! 떡국만 드시지 말고 ‘웃음주’ 한 잔씩 하셔야죠?

​설날에 술 한 잔 하는 건 "나 이제 한 살 더 먹었소!" 하고 세상에 신고하는 통행세 같은 겁니다.
그런데 이 술을 그냥 마시면 재미없죠. 술잔을 들 때마다 "웃으면 복이 와요(웃복와)!" 아니면
"올해는 내 세상이다(올내세)!" 하고 4자 성어 하나씩 만들어 외쳐보세요.

​술 한 잔 들어가면 얼굴이 발그레해지죠? 그게 바로 우리 몸에 '행복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조상님들도 "설 술은 찬 술을 마셔야 정신이 번쩍 난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웃음도 찬물에 세수하듯 화끈하게 터뜨려야 제맛입니다.
자, 술잔은 비우고 마음은 복으로 꽉 채우는 '해피 설날' 되세요! 하하하!


​"눈 내리는 설날 아침, 외로운 이들의 술 한 잔"
​설날 아침, 떡국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끝에 앉아 홀로 술 한 잔을 따릅니다.
이 술은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발자국을 잠시 씻어내기 위한 눈물입니다.
​어머니의 굽은 등처럼 둥근 술잔 속에 작년 한 해 내가 흘렸던 땀방울과 말 못 한 그리움들이 출렁입니다.
사람들은 설날을 기쁨이라 말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설날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의 허기일지도 모릅니다.

​술 한 잔에 내리는 눈동자를 담아 건배를 합니다.
"수고했다, 참으로 잘 견뎌왔다."
우리가 마시는 것은 술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여야 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세상의 길목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술 한 잔의 온기가 필요한 아침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용서하지 않는 일이 더 죄가 되는 오늘,
나는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첫 술을 올립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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