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의 기운을 다스리는 영혼의 묘약"
조선 선비들에게 설날 아침의 세주(歲酒)는 단순히 취하자고 마시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 육신에 다시금 양기(陽氣)를 불어넣는 의식이었다.
명리학적으로 보아도 정월(正月)은 인월(寅月)이라, 차가운 대지 밑에서 호랑이의 기운이 꿈틀대는 시기다.
이때 마시는 한 잔의 찬 술은 몸속의 삿된 기운을 몰아내고 맑은 정신을 깨운다 하여 ‘도소주(屠蘇酒)’라 불렀다.
산천의 정기를 머금은 약재를 술병에 담아 우물 속에 넣어두었다가
설날 아침 온 가족이 나누어 마시는 그 뒷모습을 상상해 보라.
강호의 고수들은 안다. 술 한 잔에 담긴 것은 발효의 미학이 아니라, 기다림의 철학이다.
올 한 해, 세상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한 잔 술로 복부의 단전을 데우고 나면, 비로소 세상의 이치가 선명해지는 법이다.
"웃음 한 스푼, 복 한 사발! 건배~"
여러분, 설날입니다! 떡국만 드시지 말고 ‘웃음주’ 한 잔씩 하셔야죠?
설날에 술 한 잔 하는 건 "나 이제 한 살 더 먹었소!" 하고 세상에 신고하는 통행세 같은 겁니다.
그런데 이 술을 그냥 마시면 재미없죠. 술잔을 들 때마다 "웃으면 복이 와요(웃복와)!" 아니면
"올해는 내 세상이다(올내세)!" 하고 4자 성어 하나씩 만들어 외쳐보세요.
술 한 잔 들어가면 얼굴이 발그레해지죠? 그게 바로 우리 몸에 '행복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조상님들도 "설 술은 찬 술을 마셔야 정신이 번쩍 난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웃음도 찬물에 세수하듯 화끈하게 터뜨려야 제맛입니다.
자, 술잔은 비우고 마음은 복으로 꽉 채우는 '해피 설날' 되세요! 하하하!
"눈 내리는 설날 아침, 외로운 이들의 술 한 잔"
설날 아침, 떡국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끝에 앉아 홀로 술 한 잔을 따릅니다.
이 술은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발자국을 잠시 씻어내기 위한 눈물입니다.
어머니의 굽은 등처럼 둥근 술잔 속에 작년 한 해 내가 흘렸던 땀방울과 말 못 한 그리움들이 출렁입니다.
사람들은 설날을 기쁨이라 말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설날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의 허기일지도 모릅니다.
술 한 잔에 내리는 눈동자를 담아 건배를 합니다.
"수고했다, 참으로 잘 견뎌왔다."
우리가 마시는 것은 술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여야 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세상의 길목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술 한 잔의 온기가 필요한 아침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용서하지 않는 일이 더 죄가 되는 오늘,
나는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첫 술을 올립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