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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아침 - 낙산사 해 맞이

甘冥堂 2011. 1. 2. 14:07

해맞이.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라고 채근을 합니다.  몇시인데?

5시반이예요. 아직 멀었어. 해는 7시 반이나 되어야  뜨네.

식구들이 아예 나갈 차비를 하고 서성대고 있으니 할 수 없이 일어납니다.

마냥 뜸을 드리며 채비를 하고 나니 6시가 조금 넘습니다.

카메라 챙기고 주섬주섬 나섭니다.

 

낙산사 입구부터 등불을 밝혀 놓았습니다.

초파일에나 보던 등불을 한겨울에 보니 아름다운게 운치가 있읍니다.

 

하늘은 흐려 싸래기 눈이 내립니다.

아, 올해도 해보기가 어렵겠구나. 낙산사를 향해 차를 몰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해맞이 하러 온게 생전 처음인데..

 

낙산사 입구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 합니다. 차 댈 곳을 찾아 이러저리 다니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를 하고 낙산사를 올라 갑니다.

 

낙산사 절터 전체를 등불로 에워싸고있군요.

 

해맞이 꾼들이 벌써부터 울타리를 끼고 죽욱 늘어서 있읍니다.

해가 뜨려면 아직도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홍연암으로 해서 관음상이 있는 언덕 위로 해서 절을 한바퀴 천천히 돌며 내려오니

7시 30분 쯤입니다.

 

해는 뜨지 않았지만 벌써 세상은 이미 훤히 밝았읍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파도만 엄청 몰아칩니다.

해는 구름에 가려 한줄기 희미한 빛조차 내려 보내주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올해도 해돋이를 못 보았네...

나는 어찌 되었건 상관없지만 우리 아들들은 매우 실망하는 눈치였읍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말했읍니다.

올해에는 너희들이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특하게도 새해 첫날 해 맞이 할 생각을 다 하다니. 기대가 된다.

그냥 웃어버립니다.

 

꼭 해를 봐야 해맞이가 되는 건 아니지요.

해 맞이를 하려고 하는 그 마음 가짐이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무얼 빌었는지. 소망이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각자 나름대로 무언가는 간절히 빌고

싶은게 있었겠지요.

나이 30넘어 이제서야 무슨 생각이 드는지..원.

 

양양 숙소에 돌아와 떡꾹을 먹으며 아들 며느리들에게 덕담을 합니다.

올해에도 부디 건강하거라. 애들 잘 기르고.

더 무엇을 보태겠습니까?  건강한게 제일이지.

속으로야 할 말이 왜 없겠소마는 그냥 한마디로 끝냈답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 것입니다.

신묘년. 도끼띠 우리 마누라 회갑의 해이군요.

작년에 월남에 봉사 가느라 60 생일도 못 해 주었는데 올해는 간단하게나마 생일상도 차려주고

여행이나 한번 다녀와야지 생각하고 있읍니다.

 

마누라 말마따나 싸구려 여행 말고 좀더 품위(?) 있는 여행을 한번 가야 됩니다.

일본, 미국, 카나다, 유럽,... 어디가 품위있는 여행지인는 잘 모르겠군요.

배낭 짊어지고 중국이나 한바퀴 일주하면 참 좋으련만.

가자 나서면 따라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