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현재를 즐겨라

甘冥堂 2014. 9. 21. 09:32

Carpe diem.카르페디엠.

우리는 이말을 단순히 '현재를 즐려라'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로마의 시인 Horace 의 시에 "오늘을 붙잡고 내일에 대한 믿음을 최소한으로 하라"라는 글에서 나왔다.

미래는 예측 할 수 없는 것이니 우연을 믿고 의지하기 보다는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다함으로써 미래를 더 좋게 해야한다는 취지이다.

거두 절미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어쩌겠나. 다들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쓰고 있으니 이를 따를 수 밖에.

 

정약용(1762~1836)은 이렇게 읊었다.

달밤에 술마시기

 

여보게 달을 보며 술 마시고 싶다면

달이 뜬 오늘 밤을 놓치지 마시게

만일 내일 밤으로 미룬다면

바다에서 구름이 떠 오를지도 모르고

그 다음날 밤으로 또 미룬다면 둥근달이 이미 이즈러질 것이네.

 

즐길 것이 있으면 '지금, 여기서' 즐겨라.

내일로 미룬다던가 너무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눙치고 있지 말라.

미루다가는 좋은 순간이 눈깜빡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李白의 將進酒에

君不見,黃河地水天上來,奔流到海不復回

그대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물 하늘로부터 흘러 내려와

바다로 달려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君不見,古堂明鏡悲白髮,朝如靑絲暮成雪

그대 보지 않았는가? 귀한집 사람이 거울을 보며 백발을 서러워 하는 것을,

아침에는 푸른 실과 갖더니 저녁에는 눈과 같이 희어졌네.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인생이란 때를 만났을 때 즐거움을 다해야 하니,

금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맞게 하지 마라.

 

인생이란 때를 만났을 때 즐겨야 한다. 자연의 강물이나, 인생에서의 청춘이란 것도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니

이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맞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즐기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인생 살면서 어찌 즐거움만을 기대하겠나.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일을 하고 난 뒤 즐겨야 그 즐거움이 더하는 것이다.

宋나라 성리학자 朱熹는 시간을 아끼라는 경구로 유명한 글을 남겼다.

 

偶成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一寸光陰不可輕   일초의 시간도 가벼이 하지 말라

未覺池塘春草夢   연못의 봄 풀은 아직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階前梧葉已秋聲   계단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이 왔음을 알리네.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는 귀한 시간을 게임이나 도박. 또는 할 일 없이 빈둥대며 소일한다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다.

누군들 그걸 모르리오마는, 특히 젊은이들이 하릴없이 스마트폰에 매달린다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는 젊은이에게 하는 말이 아닌,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자 후회의 글이기도 하다.

 

시간이란 白駒過隙(백구과극) 같다고 한다. 시간이란 흰말 타고 휙~ 지나가는 것을 창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니,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를 잘 표현한 말이자, 시간을 아끼라는 경구이다.

이미 늦었어!. 후회는 항상 늦은 것이다.

그러나 그 후회의 순간이 바른 삶을 가고자 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時間都去哪儿了"

"내 개인의 시간은 어디로 갔나 할 정도로 임무에 열중하고 계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에게 이 말을 인용하여 인사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일국의 대표이자 공무원인 그에게, 이 말은 얼마나 멋진 인사인가? 

 

우리는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할일은 하고 즐겨야 한다.

즐겨라. 인생이여!

사는 게 뭐 별거냐?

이 말은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라도 심은 다음에야 할 소리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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