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라는 게 무섭다.
형제들이 세상을 떠난지 서너 달에서 일 년 안팎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다.
막내동생이 앉아있던 나무 밑에는 벚꽃이 한창 피어 화려한데,
그 밑에 앉아 쉬면서도 동생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작은 누님댁에 동생들과 모여 소주 한잔을 나누면서도
큰 누님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하물며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은 부모님이야 말할 것도 없다.
無情인가 忘却인가?
생각해보니 야속하기도 하다.
우리 인생.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데,
갑자기 죽어 없어지면 어쩌지?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더욱 번성할 것이니.
그렇더라도
죽어 한두 달이면 다 잊혀지고 말 우리네 삶.
너무 아쉽지 아니한가?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
귀가 아프도록 듣지만
그대로 행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조물주가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망각이라는데
그걸 아쉬워하다니...
미련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