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萬言封事 목숨을 건 직설 / 栗谷 李珥

甘冥堂 2022. 3. 1. 13:43

萬言封事 목숨을 건 직설 / 栗谷 李珥

 

7가지를 제거해야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을 편안히 할 수 있습니다.

 

1. 임금과 신하가 서로 믿지 못한다.

2. 신하가 직무에 소홀하다.

3. 경연을 소홀히 한다.

4. 어진 인재를 찾아쓰지 않는다.

5. 재난에 대비하지 않는다.

6. 어려운 백성을 구제하려는 대책이 없다.

7. 퇴폐한 풍속을 고치려하지 않는다.

 

-임금이 덕을 잃으면 스스로 패망한다-

 

대체로 이 7가지의 우려는 지금 이 나라의 심한 고질적인 병폐로써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의 곤궁한 삶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7가지의 우려를 제거하지 않으면 비록

위에서 전하의 마음이 올바른 정사를 위한 노고로 몹시 지치고

아래에서 올바른 의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이 역시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임금이 덕을 잃으면 스스로 패망 한다는 것을

이치와 현세가 그러한 것이었으니 탓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하께서 얼마나 덕을 잃으셨기에

나라의 형세가 이처럼 위급하게 되었습니까?

 

이 비록 병이 많고 재주가 변변치 못하여

보필이 되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있으나

보잘것없는 참된 정성은 여느 사람 못지않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개혁을 서두를 때-

 

대궐에 들어가 전하를 뵙게 되면 탁월한 자질로써 사리에 밝으시고

슬기로운 논의로 명철한 판단을 하십니다.

하지만 대궐을 나와 사방을 돌아보면 백성의 신음과 근심에 쌓여 괴로워하고

두렵고 불안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니 매우 괴이하여

긴 한숨을 짓고 마음을 태우 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

고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뛰어난 의원은 반드시 고칠 수 있고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총명한 임금은 나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금 조정은 아직 편안하고 권세를 휘두르던 무리들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온 국경 四封이 아직까지는 온전하여 외적의 변란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

지금이야 말로 오히려 개혁을 시행할만합니다.

점점 늦춰지면 시기를 놓쳐 아무것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孟子가 말하기를

"나라가 한가하면 이때를 이용하여 정치와 형벌 政刑을 닦으라" 고 하였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데 전하께서는 이를 유념하시어

나라를 떨쳐 일으킬 방법을 생각하시 옵소서.

 

 

孟子 公孫丑에서는 다음 글을 가르친다.

 

賢者在位 能者在職 國家閒暇 及是時

明其政刑 强大國 必畏之矣

 

어진 자가 에 있고 능한 자가 에 있어 나라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政刑을 밝히면 비록 大國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두려워한다.

 

 

 

목숨을 건 직설의 미학 <만언봉사>

 

율곡은 1574(39) 구언에 응하여 올린만언봉사> 외에도

당시 정치사회에 만연한 병폐의 개혁을 주장하는 상소나 계를 수차례 올렸다.

1566(31) 사간원을 대표하여 올린 시사소,

1569(34) 독서당 과제의 답으로 올린동호문답,

1573(38) 홍문관 직제학으로써 낡은 관습 혁파를 주 내용으로 한 상소,

1578(43) 역시 선조의 구언에 따라 올린응지론사소,

1582년 의정부 우찬성으로써 올린 시폐소,

1583(48) 타계하기 1년 전에 직접 선조에게 아뢴 6조목의 대책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경연이나 조정회의에서도 폐단의 내용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여

임금이 직접 시정 개혁에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하였다.

 

비교적 자주 언급된 내용을 들어 보면,

정치적으로는 관료사회의 기강확립과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등용의 필요성,

군사적으로는 병졸의 동원에서 빚어지는 각종 비리의 제거와

우수하고 강한 병사[精兵]의 양성, 전란대비를 위한 병기 확보 문제,

경제적으로는 지방 특산물의 징수 방법 개선을 중심으로 한 공안貢案 문제,

사회적으로는 어려운 민생의 안정과 대민 교화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특히 인재등용과 공납이나 병졸의 동원 과정에서 빚어지는

민폐의 해결을 위한 대책에 고심하였다.

 

율곡은 특히 <만언봉사>를 통하여

시의 적절한 변법을 통하여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정치를 함에 있어 정성을 들여 하는 실공實功을 강조하였으며,

임금은 자신의 수양을 통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수기안민修己安民을 힘주어 말하였다.

, 이것에 힘쓰지 아니하면, 비록 어진 임금과 현명한 신하가 서로 만나더라도

다스림의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하면서 당시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하는 동시에

임금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대책을 아뢰었다.

 

 

 

당시에

상하가 서로 믿는 실공이 없다는 것

신하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책임지는 실공이 없다는 것

경연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실공이 없다는 것

어진 이를 구하여 쓰는 실공이 없다는 것

재난을 당하여도 하늘의 뜻에 대응하는 실공이 없다는 것

여러 정책이 백성을 구하는 실공이 없다는 것

인심이 선을 향하는 실공이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선조가 적극적으로 나서 개선에 앞장설 것을 요청하였다.

 

나아가 여러 대책을 제시하며 우선 임금이 바뀌어야 할 조건으로

삼대의 융성한 시대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을 기약해야 하고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공부에 진력해야 하고

치우침을 없게 하여 지극히 공정한 도량을 갖추어야 하고

어진 선비를 가까이 하여 유익함을 얻어야 한다고 선조 임금께 아뢰었다.

 

또한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성된 마음을 열어 여러 신하들의 참뜻을 얻어야하고

공안을 고쳐 가혹하게 거두어들이는 폐해를 없애야 하고

절약하고 검소함을 숭상하여 사치하는 풍속을 개혁해야하고

선상의 제도를 고쳐 공천의 고통을 구제해야하고

군정을 개혁하여 내외의 방비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율곡은 선조에게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간곡히 주장을 펼치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였다.

 

언로를 활짝 열고 올바른 의견을 들으십시오!

소신은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니, 진실로 나라에 이익이 된다면

끓는 가마솥에 던져지고 도끼로 목을 잘리는 혹독한 형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3년을 해 보시어 나라가 일어나지 못하고, 백성들이 편안하지 않고,

군이 정예화 되지 않는다면, 전하를 속인 죄로 신을 다스리시어

요사스런 말을 하는 자들에 대한 경계로 삼으시옵소서.”

 

사실 율곡이 선조 임금에게 끊임없이 개혁을 호소한 것은

개혁의지가 부족한 선조의 우유부단한 태도에도 큰 원인이었다.

최고 통치자가 시국의 어려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면서 손을 놓고 있다거나,

옛 법과 제도에 얽매여 난국을 헤쳐 나갈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폐단이 누적되어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로 빠지기 마련이다.

율곡이 항상 지적하였듯이, 그 피해는 결국 민생이 입게 되고

종국에는 국가 안위에 직결된다.

 

그리고 선조 임금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대부분의 조정 대신들이

나라의 난맥상을 안일하게 판단하여 개혁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선조 역시 이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최고 통치자의 판단도

그를 보필하는 참모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할 것이다.

주변 인물들이 현실에 안주하여 직언直言을 회피한다거나,

낡은 습성에 젖어 시기와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변통할 줄 모른다면

이는 자칫 국정을 그르치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율곡은 항상 고난에 처한 민생의 편에서 국정의 나아갈 길을 생각하였고,

임금을 인도하려 하였다.

율곡과 같은 재덕을 겸비한 선구자의 출현이 절실한 때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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