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水淸無大魚

甘冥堂 2024. 7. 11. 20:50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 原則(원칙)이다.
조그만 일이나 급한 일이라 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베는 석 자라도 틀은 틀대로 해야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켜야 할까.

링컨이 말했다.
‘중요한 원칙들은 융통성이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한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지나치게 원칙을 지키고 똑똑한 체 엄하게 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기 마련이다.

강직한 것도 경우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이 너무 맑으면(水淸) 큰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無大魚)는 말도 이런 교훈을 담았다.

중국 後漢(후한) 초기 班超(반초, 33~102)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
(不入虎穴不得虎子 불입호혈부득호자)’란 말을 남긴 유명한 무장이다.

학문에 뜻을 두고서는 빈한한 생활을 면치 못한다고 일찍 단념하고 무예를 익혀
匈奴(흉노) 지배 아래 있던 50여 나라를 복속시킨 공을 남겼다.

그의 집안도 화려하여 아버지 班彪(반표)를 이어 형 班固(반고)는 역사서 漢書(한서)를 지었고,
누이 班昭(반소)는 여류시인으로 유명하다.

반초가 서역을 다스리는 都護(도호)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후임으로 가게 된 任尙(임상)이란 사람이 부임 인사차 찾아왔다.
아울러 변경을 잘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원했다.
반초는 변방에 나가 있는 사람은 모두 거친 사람들이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서
임상의 조급한 성격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는 살지 않는 법이고,
정사도 너무 엄하게 살피면 아랫사람과 화합할 수가 없다네.
(水清無大魚 察政不得下和/ 수청무대어 찰정부득하화).’
임상은 너무 평범한 조언에 실망하고 안하무인으로 다스리다
5년이 안 돼 모두 지배권을 잃고 말았다.

前漢(전한)의 戴德(대덕)이 편찬한
‘大戴禮記(대대예기)’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
(水至清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이런 좋은 말을 따른다고 너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제재가 기다린다.
사람을 모은다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모두 개방해서는 나중에 패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되 경우에 따라 잘 판단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남는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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