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以管窺天

甘冥堂 2024. 10. 11. 11:19

이관규천 (以管窺天)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뜻입니다.
관중지천(管中之天) 즉 대롱속의 하늘이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좁디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천하의 명의(名醫)로 일컬어지던 <편작>이 한 말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춘추시대 말기 천하의 명의로 이름난
<편작>이 <괵>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였습니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궁정 의사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어떤지 물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편작>은
“내가 살려보겠다”고 했습니다.

궁정의사는 죽은 사람을 살려보겠다는 말에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 듣지 않을 것” 이라고 무시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편작>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狹隔目紋)과 같소."
바늘구멍으로 하늘을 보니 그 구멍만큼만
하늘을 볼 수밖에 없는 법,
하찮은 의술로 일부의 증세만 보고 병을 진단했으니 잘못 보았소이다.” 하는 것 이었습니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는 소생했고
치료를 더하자 20일 후에는 일어났습니다.
​궁정의사가 죽었다고 진찰한 태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인데
그의 식견만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놀라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이 그로부터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편작>은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게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 것 뿐 이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름 하루살이 벌레가 얼음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얼마나 우스울까요?
이런 것을 <하충어빙>(夏蟲語氷) 이라고 합니다만
식견이 좁은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제치고 자기주장만을 내 세운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이유 중의 하나로
정규 육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을
친위대 조직의 비선라인으로 지휘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군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제 주장을 하느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남의 허물로 인해 제 허물을 볼 수 없고,
주어진 조건 때문에 스스로의 시야를 좁히고,
변명과 합리화로 자신만을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괵>나라의 궁정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죽은 <편작>은 일어나 이렇게 말하겠지요.
​“대롱으로 하늘을 보지 말고, 문틈으로 무늬를 보지 마시오.
당신이 보는 뱀 무늬는 뱀이 아니라 호랑이의 꼬리란 말이외다.”

​자신이 보고 읽은 것만이 세상의 전부요,
옳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은
나쁘다기 보다 어리석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한(漢) 나라의 <동방삭>(東方朔)이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고둥 껍데기로 바닷물을 재며,
풀줄기로 종을 치는 격
(以管窺天 以蠡測海 以莛撞鍾)” 이라고
한 말은
무식한 줄도 모르고 큰 소리만 지르고 있는 어리석은 자를 보는
현자의 측은함이 눈 속에 가득 배어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다 아는 것처럼
최고 인양 남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이관규천) (以管窺天)이 아닐까요?

<  펌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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